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 자리에 올랐다. 탄핵 정국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은 만큼 친박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공안검사 출신이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직접 청구하면서 보수 진영에 이름을 알렸다. 보수우파에서 인기몰이를 할 만한 조건은 모두 갖춘 셈이다.
당대표 유력 후보로 함께 꼽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비박으로 분류돼 황 전 총리는 친박과 우파 세력을 결집할 유일한 후보로 거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황 전 총리가 이런 강점을 내세우며 유세를 벌이기에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초선과 재선 의원들이 계파 싸움에 피로도를 느끼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도로 친박당’으로 돌아가면 보수통합에 실패하고 총선과 뒤이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또 다시 패배할 것으로 보는 당원도 다수 있다.
홍 전 대표는 심지어 황 전 총리 견제를 전댕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홍 전 대표는 1월30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할 우리 당이 ‘도로 병역비리당’ ‘도로 탄핵당’이 되려 한다”며 “처음에는 전당대회에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정치 경력이 없는 탄핵 총리가 등장하면서 당이 ‘탄핵 시즌2’로 흐를 가능성이 보여 출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오 전 시장도 황 전 총리가 ‘확장성’면에서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공격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황 전 총리는 전통보수를 자임하는 세력 결집에는 매우 유효하겠지만 중도층 표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굳이 ‘도로 친박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그는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박 프레임과 탄핵 프레임은 당내 통합에 방해가 되며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위한 보수정치의 통합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황 전 총리는 보수통합을 이뤄낼 후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과거'를 변호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황 전 총리는 “보수통합으로 ‘압도적 제 1당’을 만들겠다”면서도 “지난 정부 마지막 총리로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한 모든 것을 적폐라는 이름으로 몰아가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21세기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우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 이미지 외에 황 전 총리의 당권 도전 가도에서 따라다닐 꼬리표가 또 있다. 출마 자격 문제다.
자유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가 1월30일 피선거권이 있다고 해석하면서 형식적으로 해결되긴 했지만 계속해서 구설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지 불과 14일 만에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다. 자유한국당 당헌은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해 책임당원이 된 사람에게만 당대표 피선거권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