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에 도전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탈계파’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3일 오 전 시장이 그동안 해온 말을 종합해 보면 자유한국당에서 계파 갈등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치며 당내 파벌 싸움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당권주자 가운데 ‘비박계의 구심점’으로 불린다. 그는 2016년 비박계 임시 지도부인 비상시국위원회 12인 공동대표 중 한 명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계파를 무기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계속해서 내보이고 있다.
친박 대 비박 프레임에 피로도를 느끼는 당원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당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초선과 재선 의원들이 초계파, 탈계파 리더십을 발휘해 총선을 승리로 이끌 사람을 희망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탈계파 주장은 강력한 당권 후보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견제하는 데 주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때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은 만큼 대표적 친박 주자로 분류된다.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가 친박 당원 등 전통 보수세력에게 인기가 많지만 중도보수 또는 개혁보수를 원하는 당원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바라본다.
오 전 시장이 탈계파를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보수통합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혜원 의원 논란’ 등 잇따른 정치적 악재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크게 줄지 않고 자유한국당과 10% 가량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태극기부대도 포함하는 보수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계파의 지지 없이 당 대표에 올라야 2020년 총선 때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공천이 가능하고 자유한국당의 총선 승리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오 전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특정 계파의 지지로 당 대표가 되면 계파갈등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보수우파의 통합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이 당 대표가 되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 전 대표는 오 전 시장을 “집안이 망해 갈 때 혼자 살기 위해 가출해 버렸던 사람”으로 묘사하며 비판한다.
오 전 시장은 2017년 1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몸담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보수 진영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는 데 힘을 보탰지만 결국 실패했다.
오 전 시장은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까지 지내다가 국민의당과 통합을 앞두고 탈당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바른정당은 반기문 대선 플랫폼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을 향한 충성도를 두고 공격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무상급식 찬반투표’ ‘서울시장 사퇴’ 등 정치적 판단을 잘못해 당에 해를 끼쳤다는 비판도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진영에서는 오 전 시장이 2011년 무상급식 문제를 시민 찬반투표에 부치는 무리수를 둔 끝에 결국 서울시장에서 사퇴하며 민주당에 서울시를 뺏겼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오 전 시장은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입당 때 “다시 한 번 깊이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도 “당시 복지 포퓰리즘이 분명하게 예상돼 복지 기준선에 맞춰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책임의식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을 향한 대중의 지지도가 낮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자유한국당 대표는 선거인단 유효투표 결과를 70%, 여론조사 결과를 30% 반영해 결정한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 여론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주요 정치인 12인 가운데 다음 대선주자 선호도 9위에 머물렀다.
범보수 응답자만 놓고 봐도 오 전 시장은 황 전총리(31.9%)와 홍 전 대표(8.9%)에 이어 3위(8.5%)에 그쳤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s://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