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내정자가 흑자 전환과 미래차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31일 쌍용차는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냈다고 발표했지만 3월29일 쌍용차 대표이사에 오르는 예 내정자가 마주할 상황은 녹록치 않다.
쌍용차는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7047억 원, 영업손실 641억7600만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2017년과 비교해 매출이 6.01% 늘면서 연간 매출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적자를 이어갔다. 쌍용차는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된 뒤 2016년을 제외하고 줄곧 영업손실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병태 내정자의 첫 번째 과제는 흑자 전환이다.
증권가에서는 쌍용차의 분기별 판매량이 4만 대를 넘으면 흑자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쌍용차는 분기 판매 4만 대 수준을 넘으면 영업이익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쌍용차도 올해 연간 판매목표를 이와 비슷한 수준인 16만3천 대로 잡았다.
쌍용차는 2018년 내수와 수출을 합쳐 모두 14만1995대의 차량을 팔았다. 분기당 3만5천 대 정도 판 셈인데 판매량을 4만 대 수준으로 15%가량 늘리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예 내정자는 ‘마케팅 전문가’ 면모를 살려 판매량 증가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 내정자는 현대자동차에서 국내시장 상품기획 임원과 마케팅부문 부사장, 상용차 수출사업부장, 상용사업본부장, 기아차에서 유럽총괄법인장 등을 지냈다. 2018년 9월 쌍용차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하며 마케팅본부장도 맡았다.
판매량을 크게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쌍용차의 2018년 내수 판매는 2017년과 비교해 2.3% 증가했지만 수출량이 11.2% 감소하면서 전체 판매 대수도 1.2% 줄었다.
쌍용차는 유럽과 중동 등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2018년 11월에는 호주에 첫 직영 해외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4월 ‘렉스턴스포츠칸’의 호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예 내정자는 미국시장에 특히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2020년 미국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으며 이를 위해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 ‘티볼리’ 가솔린모델을 제외하고 모두 경유 차량만 판매하는데 미국에서 경유 차량은 비싼 연료비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경유차의 시장 점유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미국에 어떤 차종을 출시할지는 아직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 내정자는 전기차 등 미래차를 개발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쌍용차는 현재 전기차를 한 종류도 생산하지 않고 있어 미래차 경쟁력이 떨어진다.
쌍용차는 2020년에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잡아뒀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은 쌍용차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중대형 SUV 및 픽업트럭이 요구하는 성능과 잘 맞지 않아 출시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쌍용차 최대주주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전기차 개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16일 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전기차와 가솔린 차량 등 신차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 개발에 연구개발비를 쏟으면 흑자 전환은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