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올해 주력상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사업에서 중저가 제품의 생산 비중을 낮추고 수익성이 높은 전장용과 산업용 제품 비중을 늘리는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이전부터 과감한 구조조정과 투자로 삼성전기의 실적 급성장을 이끌어온 전략을 올해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0일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 전환은 업계 전반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적층세라믹콘덴서사업의 전망이 밝다"고 바라봤다.
삼성전기는 29일 콘퍼런스콜에서 수요 감소가 지속되는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라인을 산업용과 전장용 제품으로 바꿀 수 있도록 유연한 생산전략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주로 스마트폰과 PC 등 기기에 쓰이는데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PC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수요가 크게 줄고 가격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5G 통신장비와 서버에, 전장용 콘덴서는 전기차에 주로 활용되고 있어 올해부터 전방산업의 성장에 따른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제품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에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가격 하락의 타격을 받아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봤다.
이윤태 사장은 올해도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부진해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라인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체질 개선을 예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산업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가 올해 연간 20%, 전장용 콘덴서 수요가 연간 3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며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자체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기가 계획대로 IT기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산업용과 전장용 제품으로 전환하려면 단기적으로 출하량이 줄어 실적에 타격을 받거나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전에도 과감한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작업을 통해 삼성전기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성과를 본 만큼 올해도 이런 전략을 다시 쓸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사장은 2015년 삼성전기 대표이사에 오른 뒤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거나 중단하고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공장을 증설하는 데 대규모 투자를 벌여 공급능력을 키워냈다.
전기차와 전장부품에 쓰이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삼성전기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일반 적층세라믹콘덴서보다 수익성이 훨씬 좋은데다 수요 증가세도 가파르고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업체들 사이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적층세라믹콘덴서 1위 기업인 일본 무라타는 수년 전부터 선제적 체질 개선작업을 통해 대부분의 사업역량을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에만 집중했다.
무라타는 이런 성과로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의 개막 초기부터 수혜를 독점하면서 세계적 IT업황 악화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 사장도 무라타와 같이 삼성전기도 사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 삼성전기의 중국 톈진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공장. |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에서 삼성전기 등 소수 업체만 수요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올해 매출이 급증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4분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공장의 가동시기도 예정보다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삼성전기가 중국 톈진에 약 5700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적층세라믹콘덴서공장에 투자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중국 공장의 공사와 승인일정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구조를 전장용과 산업용 중심으로 전환해 더욱 견고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회사 경쟁력을 키우려면 압도적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기회를 선점해 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