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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평소 기업간거래(B2B)사업을 강조했다. 그래서 B2B사업은 의료 및 바이오사업과 함께 삼성전자 안팎에서 ‘이재용 사업’으로 꼽혀왔다.
삼성전자가 B2B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B2B브랜드 ‘삼성비즈니스’를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B2B사업을 강조했지만 B2B사업 추진의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비즈니스를 통해 기업용 솔루션과 모바일 등 전자기기를 연계해 판매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 B2C시장과 함께 양날개로 날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B2B사업을 줄곧 꼽아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 “IBM과 같은 서비스회사가 되자”며 B2B 솔루션사업에 힘쓸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를 위해 다양한 솔루션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왔다. 삼성전자는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B2B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 삼성비즈니스, 기업용 솔루션 전면에 내세워
삼성전자는 삼성비즈니스를 통해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기업용 솔루션을 B2B사업의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비즈니스는 보안, 프린팅, 디지털 사이니지 등의 부문을 포괄한 B2B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기업들이 고객가치와 생산성은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솔루션은 업종별로 세분화해 있다. 이를 통해 제조/기업, 금융, 교육, 건설, 소매/요식업, 물류/운송, 의료, 숙박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7일 세계 최대 B2B전시회인 ‘세빗’에서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기업관리 솔루션 90여 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세빗에서 사용자가 사무실을 들어오는 순간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고 PC 네트워크와 스마트폰 보안이 활성화 되는 솔루션, 매장에서 물건을 집으면 모니터에 상품정보가 뜨는 솔루션을 전시했다.
또 모바일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분석해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모바일 헬스 솔루션도 선보였다.
홍원표 삼성전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기업분야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재고관리, 에너지 효율화, 사업 프로세스 최적화 등을 통해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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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사진 앞줄 왼쪽 첫 번째)이 지난 3월16일 세계 최대 B2B전시회 세빗2015에서 삼성전자 전시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
◆ 삼성비즈니스, 기업용 솔루션 통해 기기 묶어 팔기
삼성비즈니스는 기업솔루션을 통해 모바일, TV, 디지털 사이니지, 프린터, 에어컨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한데 묶었다.
기업고객들이 삼성비즈니스의 기업 솔루션을 이용하려면 삼성전자의 전자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사이트 B2B채널을 보면 이런 전략이 잘 나타나 있다.
방문자들이 웹페이지에서 업종을 선택하면 업종에 최적화한 솔루션뿐 아니라 솔루션에 맞는 삼성전자의 제품까지 같이 추천해 준다.
가령 ‘교육’란을 클릭하면 ‘삼성 스마트스쿨’ ‘터치앤샘’ 등 스마트러닝을 위한 모바일 솔루션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태블릿PC 제품과 TV 제품까지 같이 묶여 나온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등 기기에 기업용 솔루션 기능을 강화하며 이런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일 출시하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에 자체 개발한 보안솔루션 ‘녹스’와 MS의 문서작성, 메신저, 클라우드 저장소 같은 생산성 도구들이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B2B채널을 통해 기기를 구입한 기업고객들에게 녹스와 결합된 ‘오피스365’도 추가로 제공한다. 오피스365는 MS의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프로그램이다.
이인종 삼성전자 IM사업부 B2B개발팀 부사장은 “갤럭시S6은 기업용 스마트폰으로 가장 적합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기업 현장용 태블릿PC인 '갤럭시탭 액티브'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출시하는 태블릿PC에 MS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MS오피스 프로그램도 넣기로 했다.
◆ 이재용, B2B 위해 솔루션 파트너 확보와 인수합병
이재용 부회장은 이런 전략을 펼치기 위해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지닌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하드웨어 제조에서 세계 최고수준에 있지만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업무용 소프트웨어 분야의 세계 최대업체인 SAP와 기업용 모바일 솔루션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SAP는 업무, 의료 등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맡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또 모바일기기에 기업고객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협력은 보안 솔루션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대 보안 솔루션업체인 시스코와 협력해 미국 B2B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안성을 강화한 모바일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또 모바일 보안 솔루션에 강점을 지닌 블랙베리, IBM과도 손을 잡았다.
이들은 최근 기업용 태블릿PC ‘시큐태블릿’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S 10.5’에 블랙베리의 기업용 보안솔루션 ‘시큐스마트’를 적용한 것이다. IBM의 보안기술 ‘사일로'도 들어갔다. 사일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이용할 때 보안을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B2B사업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미국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사 ‘스마트싱즈’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같은해 9월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 ‘프린터온’도 손에 넣었다. 이 회사는 개인과 기업용 클라우드 서버 보안 관련 핵심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모바일 결제솔루션업체인 ‘루프페이’, 브라질 최대 프린팅솔루션 업체 ‘심프레스’, 상업용 디스플레이업체 ‘예스코’ 등을 인수하며 B2B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조직도 B2B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B2B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B2B센터를 사업조직 안으로 배치했다. 또 글로벌B2B센터의 영업기능을 무선사업부로, 전략기능을 글로벌 마케팅실로 옮겼다.
삼성전자는 “시장 대응력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현장 중심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런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며 “B2B사업을 무선사업부로 이관한 것은 모바일 B2B 일류화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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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사티아 나델라 MS CEO |
◆ 이재용, 왜 B2B에 주목하나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스마트기기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사업보다 안정적이고 수익성도 높은 B2B사업을 성장의 돌파구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고객의 경우 제품을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하고 한 번 계약을 맺으면 쉽게 거래처를 바꾸지 않아 안정적 매출을 얻을 수 있다. 프리미엄제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 수익성도 좋은 편이다.
반면 B2C시장은 기술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모바일사업에서 고전하면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 4조600억 원까지 떨어졌다. 직전분기 영업이익이 7조 원대였는데 급감한 것이다. 특히 스마트기기 저가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급성장은 삼성전자에게 항상 위협적인 요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B2C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후발업체의 기술격차가 줄고 있는 데다 계속 수요를 유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쉬운 기업용시장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홈과 함께 B2B를 사물인터넷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비즈니스 영역에서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 비즈니스’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올해 사물인터넷 신사업을 추진하고 B2B와 서비스사업은 현장과 밀착해 기업고객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며 “차별화한 소프트 경쟁력과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 녹스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이 관건
삼성전자가 B2B사업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B2B사업에서 애플, IBM 등 세계적 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B2B사업에 모바일 보안 프로그램인 ‘녹스’의 성패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삼성전자는 교육, 의료, 프린팅 등 다양한 기업용 솔루션에 녹스의 보안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학습정보, 진료정보, 회사기밀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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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2014년 2월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녹스 2.0을 소개하고 있다. |
기업고객들을 끌어들이려면 기업기밀, 금융정보, 개인정보 등을 완벽하게 보호해 신뢰를 얻어야 한다. 특히 모바일과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보안은 더욱 중요해진다.
삼성전자가 시스코, 블랙베리, 트러스토닉 등 보안업체들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늘려나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는 B2B사업의 핵심인 보안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B2B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강화해 B2B브랜드의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B2B시장에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자리잡고 있지 못한 타이젠 운영체제를 B2B시장에서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플랫폼의 문제로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시대에 갖게 될 지위는 애매하다”며 “사물인터넷 시대에 플랫폼을 가지고 있느냐가 IT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경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는 B2B분야 경쟁업체의 제품과 가격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경쟁사와 차별화한 구매 요인으로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