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9-01-25 15: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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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들이 감사인등록제 시행에 따라 합종연횡으로 업계 재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회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감사인등록제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면 회계법인 사이 인수합병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25일 회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감사인등록제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면 회계법인 사이 인수합병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감사인등록제는 금융위원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시켜 감사인으로 등록된 회계법인에만 상장회사의 회계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20년부터 시행된다.
금융위는 5월부터 상장사 감사인 등록을 시작하기 위해 세부기준을 확정하는 중이다. 23일에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심의했다. 심의된 안건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금융위는 우선 ‘주사무소 기준 40명 이상의 등록 공인회계사’를 기준으로 내놨다.
하지만 중소회계법인협의회가 금융위의 기준을 놓고 “중소 및 지방 회계법인을 말살하려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회계사 규모가 40인 이하인 회계법인은 147개로 전체 회계법인 가운데 84%에 이르기 때문이다.
주사무소 기준도 문제다. 분사무소가 많은 지방 회계법인이 더욱 상장회사 감사인 조건을 맞추기 어렵게 만드는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상장회사 회계감사를 맡지 못한다면 사실상 반쪽짜리 회계법인이 되는 것으로 타격이 매우 크다”며 “분식회계 논란 등 회계사고는 대형 회계법인이 저질러 놓고 중소 및 지방 회계법인만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회계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기존 제시된 기준보다 완화된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회계법인의 인원 수 기준을 20인으로 낮추는 등 조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중소 회계법인들은 감사인 등록기준이 확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중소회계법인협의회가 중소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48개 중소 회계법인 가운데 80%에 이르는 38개 중소 회계법인이 합병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준이 확정돼야 확정된 기준에 맞춰 인수합병을 하든 인력 충원을 하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회계법인 사이의 인수합병은 비용문제, 계약문제, 조직문화 등 고려할 것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이른 시일에 기준이 마련돼야 회계법인들이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 규모의 회계법인 사이에서 인수합병은 이미 속도가 붙었다.
40인 이상 회계법인에 상장회사의 회계감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 말고도 회계법인의 규모에 따라 회계감사가 가능한 대상기업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제시된 기준에 따르면 회계법인은 600명 이상은 '가군', 120명 이상은 '나군' 등으로 분류되고 기업도 자산 규모에 따라 5조 원 이상이면 가군, 1조 원 이상 5조 원 미만이면 나군 등으로 분류된다. 나군이나 다군에 속한 회계법인은 가군에 속하는 기업의 회계검사를 맡을 수 없다.
현재 합의가 이뤄져 합병 대기 중인 회계법인은 성도회계법인과 이현회계법인이 합병하는 BDO성도이현회계법인, 신승회계법인과 유진회계법인이 합병하는 신승회계법인 등 2건이다.
올해 들어와 이미 인덕회계법인과 진일회계법인의 합병에 정일회계법인의 일부 인력이 합류했다. 지성회계법인과 회계법인예교도 합병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대성삼경회계법인, 한길회계법인, 서현회계법인 등 3건의 회계법인 합병이 이뤄진 점과 비교하면 최근 회계법인 사이의 인수합병 움직임은 눈에 띄게 활발해진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회계법인 사이에서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상태”라며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내부적으로 합병을 합의했거나 논의가 상당히 진척된 회계법인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