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KCGI가 앞으로 한진그룹의 경영활동에 개입하는 강도를 더욱 높일 수도 있다.
KCGI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그룹에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은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보상위원회 설치, 독립적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 도입, 한진그룹의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 채택 등 핵심 4가지로 압축된다.
KCGI는 2018년 11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주주에 오른 뒤 경영개선을 위한 압박을 예고했는데 구체적 요구사항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1일 KCGI가 한진그룹에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KCGI의 제안과 관련해 지금 당장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KCGI가 한진그룹에 여러가지 개선사항들을 요구한 것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KCGI가 그동안 수동적으로 한진그룹의 경영권에 간섭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능동적으로 한진그룹의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KCGI는 그동안 한진칼의 2대주주로서 한진그룹의 행동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소극적으로 경영간섭을 해왔다. 한진그룹이 한진칼의 단기차입금을 증액하자 KCGI가 한진그룹의 단기차입금 증액은 최대주주의 감사선임 의결권 3% 제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배임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선 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날 KCGI는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 경영진들이 이번 제안에 전향적 자세로 응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태도 변화가 없다면 더욱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조 회장을 향한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2018년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횡포’사건 이후 여론, 소액주주, 노조,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지배구조 개선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받아왔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런 압박에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한진그룹 역시 이와 관련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KCGI가 구체적 방안을 요구하고 나선 만큼 조 회장도 어떤 형태로든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4일 기준 KCGI는 한진칼의 지분 10.71%를, 국민연금은 7.34%를 들고 있다. KCGI가 국민연금이 들고있는 지분을 합치면 지분은 18.05%에 이른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인 28.9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진칼 지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의 여론이 조 회장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살피면 조 회장으로서는 KCGI의 제안을 더이상은 못들은 척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KCGI가 한진그룹을 향한 공세를 강화한 것은 최근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스튜어드십코드’ 적용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과 발 맞추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활동 등으로 수탁자 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행동지침을 말한다. 집사(스튜어드)가 돈을 관리하듯이 충실히 자금을 관리해야 한다는 비유에서 나왔다.
국민연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고 이 사안 검토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맡겼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주주권 행사 안건을 논의하는 이 자리는 수탁자 책임 원칙을 이행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과 한진 및 두 회사의 대주주인 조 회장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KCGI는 이 보도자료에서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 일반주주의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외부 전문가 3인 등 모두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을 사전에 심의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 설치, 독립적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 도입, 한진그룹의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사회책임경영 모범규준을 채택하여 이행할 것 등도 함께 제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