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2차 파업을 원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고소로 노조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노조가 2차 파업을 위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몸 담고 있는 한 직원은 “회사도 어느 정도 양보했고 노조도 처음보다 양보한 만큼 이제 쟁점을 놓고 실제 합의할 수 있게 논의해야 하는데 서로 주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교섭을 한다해도 합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 쟁점은 페이밴드(직급별 기본급 상한제), 임금피크제 진입시기 등이다. 두 사안 모두 절충안을 찾기 어렵다.
2차 파업이 현실화하면 노사 모두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조는 파업 동력을 어느 정도 잃어가고 있다. 1차 파업 이후 여론이 급격하게 싸늘해진 데다 조직 내부에서도 노사 갈등을 놓고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페이밴드와 L0 직원의 처우 개선 등은 자칫 노-노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2차 파업에서 1차 파업만큼의 참여율을 보일 가능성도 낮다. 8일 열린 1차 파업에는 노조 추산 9천여 명, 회사 추산 5500여 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회사는 물론 노조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참여율이 높았다.
그러나 2차 파업은 2~3일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1차 파업보다 참여하기 부담스럽다. 1차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 대부분은 고객과 지점에 남은 동료 직원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파업에 참여했다. 실제 1차 파업이 오후 2시경 마무리되면서 파업에 참여했던 직원 일부는 영업점으로 돌아가 마감을 돕기도 했다.
파업 자체를 놓고 조합원들 사이에서 관심도 낮아지고 있다.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요즘 인사이동 때문에 파업과 관련해 얘기 자체가 거의 없다”며 “단순히 성과급 때문에 파업을 한 건 아닌데 국민 여론이 너무 안 좋아 또 파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오히려 인력 구조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점 역시 부담스럽다. 1차 파업 당시 전국 지점에서 별다른 지장 없이 정상적으로 업무가 진행됐기 때문에 "이제는 은행지점에 많은 직원이 필요없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노조는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31일부터 이틀 혹은 사흘에 걸쳐 2차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설 연휴 직전인 만큼 1차 파업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각종 대금 결제가 몰려 있고 기업의 자금 수요도 높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2차 파업까지 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KB국민은행의 이미지도 크게 떨어졌다. ‘안정’이 생명인 은행에서 불안정한 노사 관계가 계속 노출되면 결국 실질적 손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부 경영진은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이미 무려 19년 만의 파업이 실제 벌어졌다는 점에서 허 행장을 비롯한 고위 경영진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다. 파업을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한 54명의 거취 문제 역시 다시 떠오를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차 파업에서는 영업에 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2차 파업에서는 영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설사 타격이 거의 없더라도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고 온 점을 놓고 문책성 인사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