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겸 만도 대표이사 회장. |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만도의 중심축을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으로 옮기는 데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16일 만도에 따르면 2018년 11월1일부터 시범 운영하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BU(비즈니스 유닛)을 1일자로 정식 출범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관련 사업을 하는 부서는 2017년까지 글로벌 연구개발센터 산하의 운전자보조 시스템(DAS)센터로 존재하다가 2018년부터 ADAS디비전 본부로 위상이 높아졌는데 올해부터는 아예 별도의 BU로 운영되는 것이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BU는 만도의 주력사업인 브레이크BU, 스티어링BU, 서스펜션BU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사업의 매출 비중이 2017년 말 기준으로 6%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도가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사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실었다고 볼 수 있다. 기술 발전속도가 빠른 만큼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속도도 높아졌다.
BU장은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관련 사업이 글로벌 연구개발센터 산하 DAS센터에서 진행될 때부터 센터장을 맡았던 윤팔주 부사장이 맡았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와 자동차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 엔지니어다.
만도에서 DAS사업실 실장 상무, 글로벌 연구개발 DAS센터장, ADAS디비전 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운전자보조 시스템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만도의 조직체계 개편에는 한라그룹 총수로서 만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몽원 회장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정 회장은 2012년 이후 5년 만인 2017년 10월에 만도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당시 한라그룹은 “자동차산업에서 주도권을 찾고 미래를 위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해 정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만도 경영에 복귀한 뒤 제2 도약을 위한 발판을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으로 잡았다. 2018년 복귀 뒤 첫 신년사에서도 “만도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시장 진입을 위해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는 만도의 내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은 센서가 위험상황을 감지해 사고의 위험을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운전자가 판단해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전장치로 전방충돌 회피와 차선이탈 경고, 후측방 경보장치 등이 포함된다.
자동차가 점차 첨단화, 전기장비(전장)화 하면서 갈수록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의 중요도가 높아지자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주력사업인 브레이크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등은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라 새로운 고객기업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만도의 고민이었다. 성장할 여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이와 비교해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은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만 충분하다면 시장 지배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만도는 2018년에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부문 매출을 2017년보다 30% 이상 늘렸다”며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 기업에게서도 일감을 대거 확보하고 있어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분야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만도가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현대모비스와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고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다.
만도는 국내 자동차부품기업 가운데 현재까지는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분야에서 앞서 있다. 2017년 전자동 주차제어 기술과 3D 물체감지 기술을 개발하는 등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관련 전략특허 900여 건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의 주력 중형 세단인 ‘쏘나타’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 등에 탑재되는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이 만도 제품일 정도로 현대모비스보다도 기술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핵심 부품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보이고 있어 만도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과 관련해 모두 1조5천억 원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는 만도가 한 해 내는 매출의 30%이자 만도의 연구개발비 규모보다 약 5배 많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계속 육성하는 것이 분명한 만큼 만도가 서둘러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시장 지배력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정 회장도 이를 인지하고 만도의 완전한 변신을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며 △오버홀(overhaul) △뉴 비즈(New Biz) △리소스(Resource) △애자일(Agile) 등을 강조했다.
그는 오버홀을 놓고 “오버홀은 기계의 모든 부분을 분해해서 세밀하게 점검하고 개보수해 완전히 새로운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이라며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체질 개선은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바로 이 오버홀 작업”이라고 말했다.
만도는 2023년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부문에서만 매출 2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3분기 전체 매출 1조3990억 원을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