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대 경쟁사인 동시에 스마트폰 부품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과 협력관계를 확대하며 시스템반도체 성장의 활로를 찾고 있다. 

애플의 다음 아이폰에 삼성전자의 5G 통신반도체가 탑재되거나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으로 양산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5일 "삼성전자가 오랜 고객사이자 적수였던 애플과 새로운 협력을 발표하며 놀라움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IT전시회 CES2019에서 애플의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아이튠즈'를 외부 전자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전자 스마트TV에 탑재한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애플은 5G통신을 지원하는 아이폰 출시를 위해 삼성전자의 통신반도체를 공급받는 계획도 최근 논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퀄컴과 벌인 통신특허 침해 관련된 재판에서 5G 통신반도체를 받는 후보로 삼성전자를 검토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로 오랜 기간 신경전을 벌여왔는데 제한적 협력을 기반으로 '적과의 동침' 수준으로 관계가 발전할 수도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의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서블 올레드 패널과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매출도 애플 비중이 높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협력 확대를 적극 추진해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인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성장을 앞당길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경영진들에 "5G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5G 통신반도체 개발을 지난해 8월 마무리한 점을 놓고 볼 때 애플 아이폰 탑재는 현재도 애플이 검토 중이거나 삼성전자와 공급을 논의하는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G 통신반도체는 지난해 말부터 고객사에 공급되고 있다"며 "세부적 일정은 밝히기 어렵지만 고객사 일정에 맞춰 공급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용 통신반도체 독점 공급사인 인텔의 5G 반도체 상용화가 늦어지며 5G 아이폰 출시도 경쟁사보다 1년 이상 늦은 2020년 하반기까지 미뤄야만 하는 처지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위기가 커졌는데 5G 아이폰 출시를 앞당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 등 5G 통신반도체를 이미 상용화한 업체에 공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협력을 강화하며 아이폰용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다시 맡게 될 수도 있다.

애플은 2015년 출시한 아이폰6S 시리즈에 사용되는 프로세서의 위탁생산을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모두 맡겼는데 이후 출시된 제품은 모두 TSMC가 위탁생산한 반도체를 사용했다.

TSMC가 10나노와 7나노 등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7나노 EUV공정은 TSMC의 공정 기술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애플이 올해 또는 내년에 아이폰용 프로세서 생산을 맡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애플은 아이폰의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고용량 메모리반도체와 중소형 올레드패널 등에서 갈수록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부품 공급 협상에 사실상의 우위를 확보하게 된 만큼 5G 통신반도체와 아이폰용 프로세서 위탁생산 역시 유리한 쪽으로 논의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5G 통신반도체와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단기간에 매출을 크게 늘려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기술 요구조건이 까다로운데 그런 애플에 통신반도체를 공급하거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실적을 확보한다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의 고객사 기반을 확대하는 일도 훨씬 수월해질 공산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