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9-01-10 13:3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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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 등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현직 은행장들이 가시방석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채용비리 재판에서 일반 사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은행의 공공성’과 ‘채용의 공정성’을 중요한 판단근거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10일 우리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실형 1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이어 ‘채용비리’로 두 번째로 실형을 선고받은 은행장이 됐다.
박 전 회장은 2018년 9월 대구은행 채용비리 혐의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받았다.
지금까지 은행 채용비리로 열린 재판에서 당시 행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현재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현직 은행장들은 이 전 행장과 박 전 회장을 포함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 등 5명이다.
박 전 회장측은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였던 것과 달리 이 전 행장측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이 전 행장측은 재판 과정에서 은행의 이익을 위해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정당한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의 부정 채용자는 청탁대상 지원자이거나 우리은행 직원의 친인척들로 불공정 수준이 사회통념상 허용되기 어렵다”며 “직원 채용 업무가 은행장의 권한은 맞지만 은행의 공공성과 우리은행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은행장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직원 채용업무가 은행장의 정당한 권한이지만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도까지 허용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우리은행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라는 점, 이 전 행장이 ‘채용비리’를 통해 사익을 채우지 않았다는 점 등은 감형사유로 제시됐다.
법원이 ‘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잇달아 실형을 선고하고 있는 만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전·현직 은행장들의 ‘속앓이’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행장과 박 전 회장의 재판이 아직 1심만 진행된 데다 각 은행의 ‘채용비리’ 양태와 절차가 각기 다르지만 법원이 일반 사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은행의 공공성’과 ‘채용의 공정성’을 중요한 판단근거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주 행장측은 재판에서 이 전 행장과 비슷하게 “KEB하나은행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법상의 단체인 만큼 사기업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채용의 재량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조 회장은 재판에서 신한은행 채용절차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 회장측은 “다른 피고인들과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고 불합격권 지원자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하거나 남녀 비율을 조정하도록 한 사실이 없다”며 “행장으로서 채용 과정의 계획을 결재하는 것 외에 채용 과정에 일일이 개입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