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콘텐츠 플랫폼 '아이튠즈'를 아이폰 등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던 고집을 꺾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 탑재하게 됐다.
애플은 아이폰XS와 아이폰XR 등 새 아이폰의 판매 부진에 대응해 사업의 무게중심을 하드웨어에서 콘텐츠로 이동하는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8일 "스마트폰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던 삼성전자와 애플이 중요한 협력을 발표해 놀라움을 안겼다"며 "애플 아이튠즈 출범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IT전시회 'CES 2019'에서 공개하는 새 스마트TV에 애플의 콘텐츠 플랫폼 아이튠즈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TV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튠즈를 지원한다.
애플이 음악과 동영상 등 콘텐츠를 새 성장동력으로 앞세우면서 사업 전략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PC 등 애플 기기에서만 아이튠즈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TV에서 애플 콘텐츠를 재생하려면 전용 셋톱박스 '애플TV'를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과거 음악 재생기기 '아이팟' 때부터 인정받던 애플 하드웨어의 막강한 경쟁력과 폭넓은 세계 사용자 기반이 아이튠즈의 꾸준한 콘텐츠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애플이 하드웨어 경쟁력을 상실하고 기기 판매량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아이튠즈 사용자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XS와 아이폰XR의 판매 부진으로 애플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아이패드와 맥PC의 판매량도 모두 수년 전부터 뚜렷하게 침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이런 상황에 대응해 자존심을 꺾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TV시장에서 지난해까지 13년 연속으로 점유율 1위를 지킨데다 TV 화질 기술도 앞서있어 애플의 고화질 동영상 등 콘텐츠 판매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아이튠즈 플랫폼 개방의 물꼬를 튼 만큼 향후 다른 제조사의 TV나 모바일기기에서도 아이튠즈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도 높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콘텐츠 플랫폼업체와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승산을 잡으려면 더 이상 애플 기기 사용자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애플의 2018년 4분기 매출 전망치를 낮춰 내놓았다. 경기 침체와 아이폰 수요 감소로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하지만 쿡 CEO는 아이튠즈를 포함한 콘텐츠와 서비스 매출이 108억 달러(약 12조 원)으로 분기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는 점을 앞세우며 내년까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애플 사업과 실적 증가의 무게중심을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콘텐츠로 이동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거듭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 아이튠즈 등 플랫폼은 그동안 아이폰 사용자를 붙잡아두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실적을 주도해야 하는 사업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최근 드라마 등 영상 제작에 직접 뛰어들고 영화 제작사와 협력을 논의하는 등 콘텐츠사업을 강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형 콘텐츠업체 인수에 회의적이던 쿡 CEO도 최근 태도를 바꿔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쿡 CEO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아직 애플과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적합한 기업을 찾지 못했지만 인수합병에 절대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애플이 과거 타임워너 인수를 검토했고 디즈니를 인수할 가능성도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만큼 콘텐츠 관련된 대형 기업의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