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4일 셀트리온그룹의 중장기 사업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과 관련해 주주들의 뜻을 따르겠다는 태도를 내놓았다.
서 회장은 4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이 동의만 한다면 3개 회사를 합병하는데 이제는 저도 큰 저항감이 없다"며 "합병은 3개 회사 주주들이 판단할 문제로서 주주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고 저도 주주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합병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그러나 합병은 잘못하면 저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판단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제 의지로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며 "이럴 때는 최대주주가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바이오시밀러 포함)의 판매를 전문화하기 위해 2009년 설립된 법인으로 셀트리온 제품의 모든 해외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의 자회사다. 셀트리온이 지분 55.05%를 지니고 있다.
서 회장은 2009년 의약품 유통 상장사 코디너스와 비상장사 한서제약을 인수한 다음 두 회사를 합병해 셀트리온제약으로 이름을 바꿨다. 사실상 한서제약을 우회상장한 것이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규제 우려에 합병설이 그치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란 대기업 총수 일가에 회사의 부가 부당하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셀트리온처럼 자산 5조 원이 이상인 기업집단은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나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가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 원 또는 국내 연간 매출의 12% 이상이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최대주주는 서 회장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5.83%를 보유하고 있다. JP모건이 15.02%, 싱가포르국부펀드인 테마섹이 9.41%를 들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 지분 20.04%를 들고 있고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지분 93.86%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면 서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보유지분 35.83% 덕분에 셀트리온 지배력이 이전보다 확대된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면 서 회장이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대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서 회장은 이날 셀트리온헬스케어 최대주주에 오른 것이 설립 당시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막대한 투자를 하다보니까 바이오시밀러 판매와 관련해 위험 분담(리스크 쉐어링)을 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 모델를 들고 5개 다국적회사를 찾아다니며 리스크 쉐어링을 할 수 있으면 판권을 다 주겠다고 했는데 모두 거절했고 당시 2대주주였던 KT&G도 동의를 안해줬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총대를 멨고 이후 테마섹 등이 투자자로 들어왔다"며 "셀트리온헬스케어 놓고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 하는데 일감 몰아주기 아니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제약이 2015년부터 국세청과 100억 원가량의 법인세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서 회장은 셀트리온제약 이전 회사인 한서제약을 인수했던 것과 관련해 "당시 합성의약품 정보가 하나도 없었기에 불가피했던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셀트리온은 2009년 당시 한서제약을 635억 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순자산공정가액인 353억 원과 인수가의 차액인 282억 원을 회계상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영업권'으로 셀트리온제약 회계에 반영했다.
국세청은 2015년 3월 "셀트리온제약이 인수한 한서제약의 영업상 비밀 등을 장차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로 평가해 합병대가를 산정한 것이기에 셀트리온제약이 영업권으로 반영한 금액은 법인세법상 합병평가차익에 해당해 과세대상"이라며 셀트리온제약에 법인세 99억9100만 원(가산세 39억 원 포함)을 부과했다.
그러나 셀트리온제약은 "한서제약의 무형 사업상 가치를 평가해 승계한 것이 아니라 결합회계준칙에 따라 순자산 공정가액과 합병신주 발행가액과 차이를 회계상 영업권으로 계상한 것에 불과하다"며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승소했다. 국세청은 1심 판결에 항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