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사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허인 KB국민은행장. |
윤 회장이 처음 회장으로 선임될 당시만 해도 ‘역사적’이라며 환영하던 KB국민은행 노조는 왜 4년여 만에 완전히 등을 돌렸을까.
4일 오후 KB국민은행 부행장을 비롯해 경영진 54명이
허인 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며 총파업을 막아보겠다고 나섰지만 노조의 반응은 냉랭하다.
노조는 오히려 직원과 노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KB국민은행이 19년 만의 총파업 직면이라는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지난 몇 년 동안 쌓인 불신과 소통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노조는 최근 몇 년 동안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윤 회장은 KB금융그룹이 이른바 ‘KB사태’로 흔들리던 2014년 회장에 올랐다. 그 뒤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다잡고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면서 빠르게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KB금융그룹 출신인 윤 회장이 처음 회장으로 내정되자 노조도 크게 환영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KB금융이 관치와 외압에서 벗어난 역사적 날”이라고 평가했다.
윤 회장은 그 뒤에도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등 실추됐던 ‘리딩금융그룹’의 위상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 과정에서 ‘채찍’만 있었을 뿐 ‘당근’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에서 고위 간부를 지냈던 한 관계자는 “KB사태로 KB금융그룹이 흔들렸을 때 직원들이 조직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성과주의 등으로 압박하기보다는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심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윤 회장이 과거 행장과 회장을 겸임하던 시절부터 회사가 지나치게 수익성을 놓고 압박하고 있다며 윤 회장의 경영방식을 문제삼았다.
그 뒤로도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노조는 2017년 윤 회장의 연임이 가시화하기 시작하자 대대적으로 연임 반대운동도 펼쳤다. 이 과정에서 고소와 고발이 오가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노조는 윤 회장이 지난해 채용비리 혐의를 놓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에도 재수사와 함께 윤 회장의 퇴진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이런 분위기에 윤 회장의 기조를 이어받은 허 행장이 불난 곳에 기름을 부었다. 허 행장은 올해 초 “최고의 실적에 걸맞은 최고의 보상을 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회사가 이제와서 성과급을 놓고 말을 바꿨다며 반발하고 있다.
회사는 KB국민은행이 처한 현실을 볼 때 성과급과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3일 직원들에게 ‘2018년 임단협 은행 Q&A 자료’를 배포하며 “우리가 처한 현실 속에서 은행과 직원의 미래를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노사가 대립하는 사안과 관련해 회사의 뜻이 조목조목 담겨있다.
회사는 이번 임금 인상안은 총액임금 기준으로 평균 2.7%로 산별 합의 2.6%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지난 3년의 임금 인상률 평균인 2.35%도 웃돈다고 제시했다. 또 PS(초과이익분배금) 지급은 다른 은행의 지급률 수준을 고려해 노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쓰고 있는 배경으로 임직원들의 노력만을 꼽을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KB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대부분 시중은행이 이자이익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가계대출 등 은행들의 운신의 폭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B국민은행 경영진 54명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며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끝까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2일과 3일 협상 요구에 회사가 응하지 않았다”며 “회사는 8일 총파업에 직원들이 참가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들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