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가 3개월 동안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됐다.
위 행장이 전격적 교체인사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는 만큼 두 사람 사이에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과 오히려 위 행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모습을 남기기 위해 진 내정자의 현안 파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 위성호 신한은행장(왼쪽)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 |
신한은행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진 내정자를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자격 요건 및 적합성 심사를 진행해 진 내정자를 은행장 후보로 최종 승인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동안 매년 2월에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자회사 최고경영자를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2개월 앞당겨 자회사 최고경영자 인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1개월가량 인수인계를 진행하면 승계가 마무리됐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현직 행장과 행장 내정자가 3개월 동안 함께 일하게 됐다.
위 행장과 진 내정자는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도 거의 없다.
진 내정자가 신한은행의 일본 법인에서 근무하는 동안 위 행장은 신한카드에서 근무했고 위 행장이 신한은행장에 오를 때 진 내정자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최고경영자가 교체된 다른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금융지주의 인사과에 불만을 드러낸 위 행장이 진 내정자의 경력까지 언급하면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위 행장은 26일 “진 내정자가 최근 20년 동안 국내 영업 경력이 없어서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진 내정자는 2017년 1월 신한은행 일본법인장(상무급)에서 부행장보를 거치고 않고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한 뒤 2개월여 만에 다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1년 만에 신한은행장에 오른 것이다.
위 행장이 신한금융지주의 인사 시기와 인사폭을 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만큼 사실상 진 내정자의 경영능력을 우회적으로 깎아내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반대로 위 행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끝까지 현안을 챙기며 진 내정자가 순조롭게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챙기겠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진 내정자가 온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최근 안팎으로 내홍을 겪은 신한은행의 조직 안정을 꾀할 적임자로 꼽히는 만큼 3개월동안 진 내정자가 연착륙하도록 도와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위 행장이 지주 회장에 도전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굳이 진 내정자와 각을 세우면서 신한금융그룹에 적을 많이 만들 이유가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가 올해부터 상무급 이하 임원 인사권을 자회사에 넘기는 등 인사 절차에 변화를 준 점은 행장 교체시기와 맞물려 혼란을 불러올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이 처음 자율적으로 임원 인사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진 내정자는 신한은행 등기임원이 아닌 만큼 공식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
내정자 신분인 만큼 비공식적으로 견해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업무분장과 임원인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실제 인사에 얼마나 반영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이 진 내정자의 사무실을 별도 공간으로 마련할지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사 시기 및 인사권 등 절차적 변화가 있는 만큼 일부 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안 보고 등 인수인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