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경영회장 복귀 뒤 실시한 연말 임원인사는 예상보다 교체폭이 컸는데 롯데렌탈 대표로 발탁된 이훈기 전무도 시선을 모았다.
이 대표가 롯데렌탈의 인수 후 통합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마침내 될 사람이 대표가 됐다는 말도 듣는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롯데그룹의 실세라인으로 꼽히고 있는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출신이다.
신동빈 회장을 필두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 등이 호남석유화학에 몸 담았던 이들이다.
여기에 이 대표는 황 부회장을 시작으로 허수영 전 롯데그룹 화학BU장, 임병연 대표 등으로 이어지는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출신이기도 하다.
그룹의 핵심 라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 대표는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바로
신동빈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부임한 해다.
그는 1995년 신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이 호남석유화학에서 롯데그룹 기획조정실로 이동할 때 함께 옮겨갔다.
1998년 호남석유화학으로 돌아와 신규 해외사업 등을 담당했다. 특히 신 회장과 황 부회장이 추진해온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을 수행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해외사업담당 임원으로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현LC타이탄) 인수 실무작업을 맡았다. 인수가 마무리된 후에는 직접 대표를 맡아 사업이 안착하도록 힘썼다.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BU장에게 LC타이탄 대표 자리를 넘기고 롯데케미칼로 돌아온 후에는 기획부문장을 지냈다. 그러다 롯데그룹이 KT렌탈(현 롯데렌탈)을 인수한 2015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투입됐다.
이 대표는 그 동안 KT 출신인 표현명 사장과 보조를 맞추며 롯데렌탈을 이끌어 왔다. 이번에 표 사장이 떠나고 이 대표가 수장으로 나서면서 롯데렌탈은 완전히 롯데 색깔로 입혀졌다.
롯데렌탈의 그룹 내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7년 롯데렌탈은 매출 1조6600억 원, 영업이익 931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에서 롯데칠성음료나 롯데푸드에 다소 뒤지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이들보다 많았다.
이 대표로서는 국내 계열사에서 처음 CEO를 맡게 됐는데 롯데렌탈에서 성과를 낸다면 그룹 내 입지가 더욱 탄탄해 질 수 있다.
다만 롯데렌탈의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롯데렌탈은 렌터카업 1위로 매출의 3분의2가 렌터카사업에서 나온다. 하지만 최근 렌터카사업에서 강력한 도전자가 탄생했다.
SK네트웍스가 AJ렌터카 지분을 인수하면서 롯데렌탈과 점유율 격차를 좁혔다. 사실상 렌터카시장은 양강구도가 됐다. 여기에 동반성장위원회가 단기 렌터카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사업을 키우는 데도 차질이 생겼다.
이 대표가 렌터카 대신 매출 비중이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일반 소비재 렌탈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렌탈은 2017년 라이프스타일 렌탈 플랫폼 묘미를 출시하고 렌탈사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가전 등 렌탈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렌탈사업을 키우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SK매직, 코웨이, 쿠쿠 등 기존 렌탈사업 강자들은 물론 현대백화점, LG전자, CJ헬로 등이 렌탈사업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과 경쟁을 이겨내야 일반 렌탈사업을 롯데렌탈의 성장동력으로 키워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