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반대하는 서명이 줄을 잇고 있는 데다 신한울 3·4호기 원전의 핵심 설비인 주기기를 사전 제작한 두산중공업과 보상문제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
▲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본부’ 홈페이지에 24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10만5405명이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이 서명운동본부는 최연혜·강석호·이채익·윤상직·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운천·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 주한규 서울대 교수 등이 공동추진위원장을 구성하고 있다. 13일 국회에서 발대식을 했는데 불과 열흘 만인 23일 온라인서명 인원이 1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서명운동본부는 오프라인 현장에서 받은 서명을 합하면 탈원전에 반대하는 여론은 더 클 것으로 바라봤다.
한수원은 이런 탈원전과 관련한 정치적 부담뿐만 아니라 신한울 3·4호기와 관련한 법률적 부담도 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건설계획이 백지화된 신규 원전 6기 가운데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용지도 이미 확보됐고 원전 공기업들이 관련 업체들과 설계용역 계약을 맺은 뒤에 중단됐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납기를 줄이기 위해 한수원의 승인을 받고 원전의 핵심 설비인 주기기를 사전 제작했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이 적정 보상액을 협의하고 있지만 투입비용과 관련해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사전제작에 들어간 약 4950억 원이 들어갔다고 보는데 반해 한수원은 투입비용으로 3230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분석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에서 사전제작을 요청했고 이와 관련해 한수원이 동의한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인허가 과정에서 중단된 적이 없으므로 당연히 건설을 한다는 전제 아래에 사전제작에 들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정한 보상액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를 수주했다면 현금흐름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의 백지화가 현재 두산중공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수원이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된 상황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 백지화정책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0월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두산중공업의 소송 제기를 가정하더라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백지화할 것인가를 묻자 “그것을 원칙으로 정부 방침을 정했다”고 대답했다.
산업부의 방침대로 한수원이 탈원전정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토론회에서 “세계 어떤 나라도 정부의 일방적 명령으로 탈원전정책을 집행하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정당당하게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하거나 국민투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