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경영인들은 오너와 전문경영인 사이에 있다. 오너처럼 많은 권한을 지니고 일찍부터 경영전면에 나서기도 하고, 다양한 이유로 경영에서 홀연히 손을 떼기도 한다.
사위 경영인들의 거취를 가르는 데는 실적도 중요하지만 지분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거취가 엇갈린 사위 경영인 두 명에서 분명한 차이는 보유 지분이다.
최근 경영에서 물러난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은 제주항공 지분을 0.59% 들고 있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이자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 지분은 전혀 없다.
반면 연말 현대차그룹 인사에서 자리를 지킨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대카드 주식이 없지만 현대카드의 2대 주주인 현대커머셜 지분 16.67%를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부문장까지 합한 지분은 현대커머셜의 전체 지분의 절반에 이른다. 현대카드에 어느 정도 간접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 부회장의 배우자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은 AK홀딩스 지분 3.85%를 들고 있지만 제주항공의 간접지분을 계산해 보면 2%대에 그친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사위이고 정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다. 재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 온 사위 경영인들이라 이들의 거취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거취는 최근 실적 흐름과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실적보다 지분에 따른 지배력 차이가 사위 경영인의 자리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안 부회장이 이끈 제주항공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올해 저가항공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반면 정 부회장은 실적부진에 사상 처음으로 인력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사위 경영인들은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실적과 무관하게 이들의 거취가 불안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그룹 사위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은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다. 배우자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을 다소 보유하고 있는 정도다.
문성욱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도 지분이 없다. 대신 문 부사장의 배우자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21.44%와 신세계 지분 9.83%를 보유해 어느 정도 지배력을 갖췄다.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 사장의 보유 지분도 적다. 신 사장의 해태제과 지분은 1.37%로 개인주주 중 최대이지만 크라운해태홀딩스의 59.97%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신 사장의 배우자인 윤자원씨 역시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두라푸드 지분을 3.82% 들고 있지만 이는 오너 일가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