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최근 완공한 청주 M15 반도체공장을 낸드플래시 생산 전용으로 운영하며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낸드플래시업황 악화로 투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도 SK하이닉스는 M15공장 가동을 낸드플래시 상위 기업으로 도약할 중요한 기회로 삼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시설 투자가 내년에도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10월 준공식을 마친 청주 반도체공장에서 내년 초 본격적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생산장비 반입이 진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모두 2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M15 반도체공장을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낸드플래시 단일 생산공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벌이는 것이다.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인 D램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전체 매출의 약 82%를 D램에서 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실적이 D램업황 변화에 취약하고 반도체 실적 성장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약점이 드러나면서 낸드플래시에 들이는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생산을 전담하는 M15 공장은 SK하이닉스의 이런 전략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는 M15공장에 72단 3D낸드와 96단 4D낸드 등 낸드플래시의 생산효율과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최신 공정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내년 낸드플래시 투자가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 등 글로벌 상위 경쟁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시장 점유율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15 공장에 72단 공정을 주력으로 도입할 지, 96단을 활용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더 높은 단계의 공정이 활용될수록 투자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D램의 공급 과잉과 업황 악화에 대응해 기존에 계획했던 설비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그만큼 낸드플래시에 추가 시설 투자를 벌일 여력도 커졌다는 의미다.
글로벌 경쟁사가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을 우려해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서자 SK하이닉스가 점유율 상위권 도약을 노려 물량 공세에 더 힘을 싣고 있는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업체로 굳건히 자리잡았지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안아 점유율 4위권에 그치고 있다.
M15 공장의 투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이르면 내년부터 세계 2위로 도약해 삼성전자를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낸드플래시 2위 업체인 도시바메모리와 3위 웨스턴디지털이 모두 90단 이상의 3D낸드 공정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투자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M15 공장 가동은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낸드플래시업황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워 SK하이닉스의 투자가 공급 과잉에 무게를 실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2019년과 2020년에 모두 낸드플래시사업에서 3천억 원대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 오른
이석희 사장은 취임사에서 "메모리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산업의 꾸준한 성장은 명확한 사실"이라며 "더욱 멀리 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기적 실적 부진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큰 목표를 두고 선제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19일 경기 이천사업장에서 D램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M16 반도체공장 기공식을 개최하며 공격적 반도체 시설 투자 확대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16 공장은 우선 D램을 주로 생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낸드플래시의 시설 투자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