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DGB금융그룹 쇄신 작업을 좀처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대구은행장 선임이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직무대행체제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대구은행에서 해고한 임원들이 김 회장을 겨냥해 ‘관치금융’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26일 자회사 CEO 추천위원회를 열어 김경환 DGB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이재영 DGB캐피탈 대표이사 등의 거취를 결정한다.
새 대구은행장 선임을 위한 첫 논의도 같이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의 임기는 26일까지다.
원래 올해 안에 대구은행장을 선임하려 했지만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가 새 행장 자격요건과 행장 추천 방식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대구은행장 선임과 관련된 내용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26일 열리는 자회사 CEO 추천위원회에서 구체적 행장 자격요건이 확정되고 1월에 후보군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점쳐진다.
새 대구은행장 선임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으면서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회장은 여러 차례 겸직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새 행장 선임 절차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자 논란만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김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회장이 취임한 뒤 7개월이 넘었지만 그룹 2인자 자리인 대구은행장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정상적 경영체제가 꾸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조직 안정과 그룹 쇄신을 내걸었지만 지주 회장으로서 그룹 지배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갈등 수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대구은행에서 해고된 임원들 문제도 김 회장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김 회장이 7월 대구은행 임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인적쇄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해고되는 임원들에게 “인적쇄신은 금감원의 요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이 ‘
박인규 전 회장체제’와 선을 긋기 위해 실시한 인적쇄신이 ‘부당해고’와 ‘관치금융’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대구은행에서 퇴임한 임원 5명은 김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부당하게 해고했다며 회사에 원직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구은행 이사회와 퇴직 임원 등 기존에 DGB금융그룹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이들이 ‘그룹 쇄신’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외부 출신 김 회장을 흔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회장으로선 그룹에서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룹 안팎으로 불거진 갈등을 마주한 채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대구은행장 선임과 관련된 구체적 사항은 26일 자회사 CEO 추천위원회에서 정해질 것”이라며 “퇴임 임원들의 요구와 관련된 내용은 대구은행 이사회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