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이번에도 KB증권의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했다.
KB금융지주는 19일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정림 KB증권 WM부문 부사장과 김성현 KB증권 IB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추천했다. 12월 안에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이 확정된다.
KB증권은 이번에도 각자대표체제를 유지했다. 당초 비효율적이라는 점에서 단독대표체제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각자대표체제 유지를 놓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윤 회장이 업계에서 손꼽히는 두 전문가를 수장으로 내세워 IB(투자금융) 부문과 WM(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윤 회장은 올해 KB자산운용에도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했다.
박정림 부사장의 조직 장악력도 어느 정도는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부사장은 2년여 동안 KB증권에서 WM부문을 담당하긴 했지만 경력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쌓았다.
KB증권에서 은행이나 지주 출신 대표에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있고 박 부사장이 단독대표이사로 이동하기에는 전문성 등에서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시 침체로 가뜩이나 증권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됐는데 증권사 경험이 짧은 비전문가가 KB증권이라는 대형 증권사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KB증권 노조는 18일 성명을 통해 “지주, 은행, 관료 출신, 그리고 은행 시스템에 조금이라도 때가 묻은 자가 있다면 이 모두가 낙하산임을 경고한다”며 “증권이 지주, 은행 부행장들의 대표이사 놀이를 위한 놀이터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정림 부사장과 함께 대표이사로 추천된 김성현 부사장의 면면을 보면
윤종규 회장의 고민이 더욱 잘 읽힌다.
김성현 부사장은 KB증권 내부 인사다. 박정림 부사장의 대표 선임에 따른 반발을 어느 정도는 가라앉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투자금융(IB)전문가이기도 하다. 30년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부문에서 몸담아왔다.
다른 증권사들이 투자금융을 새 먹거리로 삼아 투자금융에 정통한 인력들을 전진 배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에도 뒤쳐지지 않는다.
다만 현대증권 출신이 없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옛 KB투자증권 출신이다.
KB증권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만들어졌는데 현대증권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던 만큼 현대증권 출신이 훨씬 많다. 여전히 주요 부문에서 현대증권 출신의 목소리가 크다.
KB증권 노조가 꾸준하게 각자대표체제를 끝낼 것을 요구했다는 점을 볼 때 당분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노조는 전날 성명에서 “원(ONE) KB를 위해서라도 각자대표체제를 끝내야 한다”며 “증권 안에서만 하나가 아니라 은행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표이사여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