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임원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일단락하면서 앞으로 사업구조 재편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전기차 개발의 핵심회사로 급부상한 현대모비스가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국 현대케피코 대표가 현대모비스 대표로 발탁되면서 전기장비사업을 한 데 모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현대차그룹이 세대교체를 진행하면서 사업구조 합리화 등 후속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전기장비(전장) 사업과 관련해 현대케피코와 현대오트론 등을 현대모비스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 사업을 하는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의 합병을 결정했는데 전장부품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여러 부품 계열사 가운데 전장부품과 모듈, A/S용 부품 등을 도맡고 있다.
현대케피코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에 사용되는 전장부품을 독자개발하는 회사고 현대오트론은 차량용 전자제어 분야 관련 제품과 소프트웨어 등을 생산한다.
분산된 전장부품사업을 하나로 합치면 연구개발과 양산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케피코가 2012년 독일 부품기업 보쉬와 지분관계를 정리한 뒤 독자개발 부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장부품사업의 단일화는 현대모비스 성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라는 점에서도 전장부품사업 단일화가 예상된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지난 지배구조 개편안에서도 나타났듯 순환출자 해소 뿐 아니라 주주가치 극대화 등을 위해서라도 사업부를 분할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가 현대모비스에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은 3월에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이를 그룹의 지배회사로 세우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합병비율 논란이 거세지자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기는 했으나 향후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안에도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 방안이 이전보다 개선된 형태로 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현대모비스의 핵심사업인 모듈과 A/S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고 했다.
하지만 존속사업의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컸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존속사업에 현대케피코와 현대오트론의 전장부품사업을 붙여 덩치를 키우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현대케피코와 현대오트론의 자산 규모는 2017년 말 기준으로 각각 1조4234억 원, 2367억 원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안을 이른 시일에 내놓을 수 있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12일 현대차그룹 부회장단과 사장단 인사를 통해 대규모 인적 쇄신을 실시했다.
과거보다 인사 시점을 2주 이상 앞당기며 경영위기에 직면한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인데 앞으로는여러 계열사에 산재된 사업구조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의 합병이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