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12-12 16: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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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마존고에서는 고객이 매장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그냥 들고 나온다. 계산대도 없고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설 필요도 없다.
고객들이 모바일 앱을 다운받은 뒤 상품을 매장의 센서와 카메라에 스캔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마존고는 크기가 일반 편의점 정도지만 하루 600여 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제품 회전율도 빠르다.
▲ 김종인 롯데쇼핑 롯데마트 대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6년 주간회의에서 주요 임원에게 아마존고를 참조하라고 지시했다.
신 회장은 김종인 롯데쇼핑 롯데마트 대표에게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배송해 준다'는 로켓배송을 통해 급성장한 쿠팡을 두고 위기감을 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가 IT(정보통신기술)기술을 집약한 서울 금천점을 13일 문을 연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마트 금천점은 롯데그룹에서 ‘옴니채널’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매장”이라고 말했다.
옴니채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쇼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롯데마트 금천점이 신 회장의 청사진을 구현할 첫 시험대인 셈이다.
롯데마트 금천점은 고객들이 아마존고처럼 고객들이 매대 앞에서 QR코드를 찍어 모바일로 상품을 바로 살 수 있다. 이렇게 구매한 상품은 결제 시점부터 집으로 배송되기까지 3시간 걸린다. 대상 지역은 금천구, 광명시 소하동 일대다.
이 때문에 롯데마트 금천점에서는 아마존고처럼 고객들이 상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설 필요도, 무겁게 카트를 끌 필요도 없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국내에서 롯데마트가 처음이다.
롯데마트 금천점에는 온라인몰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모아 놓은 ‘다크스토어존’도 있다. 온라인몰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구매한 뒤 손에 쥐기까지 적어도 하루이틀이 걸리지만 롯데마트 금천점이 다크스토어존을 통해 이런 한계를 넘어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롯데마트 금천점을 30분 배송의 실험대로 삼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롯데쇼핑은 온라인몰전용 물류센터에만 적용돼 있던 상품 픽업용 레일을 매장 천정에 설치해 주문받은 제품 확보에서부터 포장까지 기계를 통해 한 번에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금천점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천정에서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확보돼 포장된다”며 “온라인몰과 경쟁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마트 금천점의 무인추천매대 이미지.
롯데마트 금천점이 30분 배송을 시행하게 된다면 이는 국내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빨리 상품을 배송해주는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가 진행하는 근거리 배송 서비스는 상품을 결제해 집에서 받기까지 2~3시간이 걸린다.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은 아무리 빨라도 자정이나 오후 6시 이전에 주문해야 다음날 새벽에 받을 수 있는 정도다.
김 대표는 9일 롯데 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제5회 신선명장 경진대회’에서 비즈트리뷴 기자와 만나 “고객이 주문한 뒤 30분 안에 상품을 배송받아 당장 머릿속에 그린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2019년 2월 먹거리 상품에 한해 30분 배송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며 “이륜차 등을 운영하는 협력사와 협약을 맺어 먹거리 제품을 30분 안에 배송해주는 시스템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30분 배송을 실시할 지역으로 서울 잠실 일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금천점도 이런 배송 실험에 가담하게 됐다.
김 대표의 30분 배송을 놓고 증권업계는 긍정적 시각을 내놨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빠른 배달 서비스는 매장을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회사의 강점이 될 것”이라며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면 다른 회사와 차별화할 수 있고 충성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