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 인수전이 정 부회장 등 신세계그룹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이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미니스톱 지분 100%를 놓고 가장 높은 입찰가인 430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 인수합병 관련 거래를 할 때는 본입찰이 열린 지 일주일 정도 만에 우선협상자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미니스톱인수전은 11월20일 본입찰이 진행됐는데 아직까지 우선협상자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노무라증권 등 매각주간사와 미니스톱 매도자인 일본 이온기업 등이 미니스톱 인수전 흥행을 위해 다른 참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당초 미니스톱 가격은 3천억 원대 초반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신세계그룹은 3500억여 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24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신세계그룹이 이 정도 가격을 써냈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경쟁사(미니스톱)을 인수합병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편의점을 신규 출점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신세계그룹이 미니스톱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됐다.
편의점은 도심과 골목 곳곳에 들어서 있는 데다 영업시간이 길어 앞으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마케팅) 서비스의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등 신세계그룹의 성장축을 온라인 유통사업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두고 있는데 편의점사업은 이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미니스톱이 롯데그룹에 인수되면 이마트24의 성장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이마트24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기회를 놓치게 돼 부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이마트24는 10월 말 기준으로 점포 수가 3564곳이다. 지난해 말부터 한달에 100곳씩 늘어난 셈이지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김성영 이마트24 대표는 이마트24가 흑자 전환하려면 점포 수가 5천 개에서 6천 개는 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신규 점포를 출점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 이마트24 점포 이미지.
BGF리테일, GS리테일 등 편의점회사들이 소속된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편의점 근접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자율규약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편의점회사들은 기존 점포와 거리가 50~100m 떨어진 곳에 신규 편의점을 출점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마트24 등 편의점회사들이 인기 많은 상권에 편의점을 출점하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김 연구원은 “이마트24가 편의점 출점 속도를 크게 낮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 편의점시장 과밀화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나금융투자는 2019년에 근접출점 제한에 따른 영향력 때문에 편의점업계의 점포수 증가율이 2018년 추정치와 비교해 3%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바라봤다.
다만 2020년이 되면 정 부회장이 이마트24를 육성하기 위해 다시 기회를 잡게 될 수도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은 편의점산업 재편의 시기”라며 “2015년 담배 가격 인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던 가맹점들의 재계약 시기가 돌아오는 만큼 시장구조가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들이 지원금을 많이 지급하는 편의점회사와 다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24가 다른 편의점 브랜드의 가맹점주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적극 펴면서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마트24에 따르면 매달 출점하는 편의점 100여 곳 가운데 15곳 정도가 다른 편의점브랜드에서 이마트24로 간판을 바꿔다는 곳이다.
이마트24는 다른 편의점과 달리 24시 영업을 강제하지 않고 매출의 일정 비율이 아닌 일정액을 떼는 월회비 방식으로 수수료를 뗀다. 또 이마트24는 영업위약금을 받지 않고 영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이 되면 다른 편의점회사들도 가맹점주를 붙잡거나 빼앗기 위해 지원금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마트24가 수익성에 타격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