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의 이런 움직임은 소비자들의 마일리지 사용과 관련된 불만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마일리지 소멸기한 도입 자체는 무효화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첫 마일리지 소멸까지 겨우 20일 남짓 남았을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항공사의 약관 변경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델타항공, 에어캐나다,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대부분 외국항공사도 항공마일리지의 사용 기한을 정해두고 있다.
마일리지 소멸기한 도입과 관련된 항공사의 의지도 강하다. 항공사에서는 마일리지 소멸기한 도입을 ‘반드시 필요한 일’로 보고 있다.
마일리지는 항공사의 회계에서 ‘부채’로 인식된다. 고객이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않고 계속 쌓아두기만 한다면 항공사 쪽에서 볼 때는 ‘빚’이 계속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특히 2019년 회계기준 변경으로 대부분 항공사의 부채비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 쌓이는 부채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새 회계기준에 따르면 그동안 비용으로 처리되던 항공기 운용리스비는 앞으로 부채로 인식된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재무제표상에서 선수금과 이연수익 성격의 부채로 인식하고 있다. 2018년 3분기 기준 대한항공이 인식하고 있는 재무제표상의 마일리지 부채는 모두 2조2307억 원이다. 대한항공의 3분기 기준 부채총계가 20조7156억 원이라는 것을 살피면 부채의 약 10.8% 정도를 마일리지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를 장기 선수금 성격의 부채로 인식하고 있다. 2018년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인식하고 있는 마일리지와 관련한 장기 선수금은 5838억 원, 이를 더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총계는 5조8646억 원이다. 전체 부채에서 마일리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04%다.
이연수익은 그해 얻은 수익을 다음 해의 수익으로 이연시키기 위해 부채화시킨 것, 선수금은 용역을 제공하기 전에 미리 그 대금을 받은 것으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둘 다 재무제표에서는 부채로 인식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는 항공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 개념으로 외국 항공사들은 대부분 마일리지에 2~3년의 사용기한을 두고 있다”며 “마일리지에 사용기한을 두는 것은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을 이제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일리지 소멸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최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소멸시키는 것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항공 마일리지는 대부분 항공권 구입이나 항공권 좌석 승급에 쓰인다. 하지만 항공사의 좌석 상황에 따라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하게 될 때도 많을뿐더러 요구하는 마일리지도 많기 때문에 마일리지를 소액만 지니고 있는 고객은 마일리지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의 마일리지 운영실태를 두고 대대적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항공사들이 2008년 마일리지 유효기간 도입 이후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마일리지 공급을 크게 늘렸지만 공급된 마일리지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좌석의 공급은 늘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조사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2008년 이후 최근까지 마일리지 운영내역을 제출해달라고 통보했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5일 항공사의 마일리지 운용 방식과 관련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항공사는 극성수기에도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좌석을 5% 이상 배정하는 한편 분기별로 마일리지로 소진된 좌석의 비율도 공개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소액 마일리지 사용처를 확대하고 마일리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 마일리지 사용처의 마일리지 사용 효율이 항공권 구입이나 좌석 승급을 하는 것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할 때 마일리지의 환금률은 1마일 당 22원 수준이지만 소액으로 사용할 때 환금률은 6~7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