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연말 임원인사는 19일을 전후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통상 12월 마지막 주에 임원인사를 진행한다. 2016년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임원인사를 한 달여 늦게 실시했던 것을 제외하면 최근 3년 동안의 연말 임원인사는 모두 12월28일 실시됐다.
하지만 올해 임원인사는 예년보다 앞당겨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11월 초부터 임원평가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는 기존보다 2주가량 이른 것으로 임원인사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그룹이 위기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둘러 조직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실시될 인사는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을 사실상 총괄하게 된 뒤 처음으로 실시하는 정기 임원인사다.
‘기업은 인사로 방향을 말한다’는 말처럼 현대차그룹의 인사를 통해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는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갈 차기 경영진을 대거 발탁해 승진하는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수석부회장이 승진 이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연말 정기인사에서도 비교적 큰 폭의 조직개편과 인적개편을 병행해 차세대 경영진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폴크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미래차 시대에 대규모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히며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외부기업과 협업을 통한 투자를 확대하고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기업보다는 혁신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생존을 위해서 ‘ICT(정보통신기술)기업보다 더 ICT를 잘 하는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던 만큼 이런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젊은 리더군을 대거 경영 전면에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최근 인사에서도 이런 ‘쇄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수석부회장은 11월 중순 중국사업본부 수시인사를 통해 정몽구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설영흥 전 중국사업총괄 상임고문을 최근 비상임고문으로 물러나게 했다. 설 고문은 정 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중국사업 진출에 핵심 역할을 맡았는데 이런 그를 물러나게 한 것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11월 말에는 북미와 인도, 러시아 권역본부 본부장의 교체 인사를 실시했는데 이때도 60세 이상의 기존 경영진 물갈이 폭이 예상보다 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대대적 변화보다 ‘위기 대응을 위한 안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법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이 2010년대 들어 최악의 경영위기를 마주한 상황에서 기존 경영체제에 큰 변화를 준다면 자칫 중심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원 승진자 수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의견들을 뒷받침한다.
공식적으로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아버지를 보좌했던 사람들을 한꺼번에 물갈이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이미 세대교체의 물꼬가 트인 시점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결단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욱 우세하다.
이미 기존 고위 경영진 사이에서는 정 수석부회장과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을 제외한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 가운데 1명이 사의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선언이 세대교체를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말 임원인사와 부회장단 인사 등을 포함해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