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12-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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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환경 규제가 1년 뒤로 다가오면서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가 과연 적합한 대응책인지를 놓고 선주들의 논쟁에 불이 붙었다.
스크러버가 환경에 해로울 뿐 아니라 경제성 역시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과 환경을 해친다는 것은 억지라는 반박이 팽팽하게 오간다.
▲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
스크러버를 선택하는 선사들이 줄어들 수록 LNG추진선 수요는 늘어날 수있는 만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 역시 이 문제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주들이 배에 스크러버를 탑재하는 것은 단기적 이익만 따졌을 뿐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스크러버는 선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을 정화하는 장치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황산화물 배출량을 더 엄격히 제한하기로 하면서 LNG추진선, 저유황유 사용과 함께 대응책의 하나로 꼽힌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배는 환경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고유황유를 사용해 운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고유황유 가격은 황 함유량을 낮춘 저유황유보다 1톤당 최소 200달러가량 싼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 등 연료를 많이 쓰는 선박이 고유황유를 쓰면 1년에 400만~500만 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뜻이다. 선주들로서는 1년도 안돼서 스크러버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싸 가장 많이 쓰이는 개방형(Open-loop Type) 스크러버는 바닷물로 배기가스를 씻어낸 뒤 다시 배 밖으로 내보내다 보니 해수를 오염한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스크러버를 쓰면 선박이 빠른 속도로 항해하게 되기 때문에 더 많은 배출가스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개방형 스크러버를 비롯해 폐쇄형(Closed-loop Type)이나 하이브리드형 등 모든 스크러버에 동일하게 제기되는 문제다.
배의 속도는 운임료와 연료비에 따라 달라지는데 스크러버가 달린 선박은 고유황유를 쓰다보니 연료값은 덜 들지만 운임료가 비싸다. 따라서 배들은 더 빨리 가려고 속도를 높이게 되고 이는 연료 사용과 배출가스량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같은 거리를 항해했을 때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이 저유황유를 쓰는 배보다 약 26% 많은 배출가스를 생산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스크러버 장착은 배출가스를 줄이겠다는 환경 규제의 당초 목적에 모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벨기에 선사 유로나브(Euronav)의 패디 로저스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스크러버는 환경 규제의 적용을 엄청나게 복잡하게 만드는 데다 규제 불이행마저 조장할 가능성이 높은 ‘규제의 맹점(loophole)’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벨기에 선사인 CMB NV의 알렉산더 사베리스 CEO, 노르웨이 선사 오드펠(Odfjell)의 크리스티안 모크 최고경영자 역시 스크러버가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논란으로 현재 벨기에와 독일 라인강, 미국 메사추세추와 캘리포니아 지역 항만에서는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의 입항이 금지되었으며 해운강국 노르웨이에서도 피요르드 절벽이 지나는 해역에 모든 종류의 스크러버 금지를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항만공사(MPA) 역시 2020년 1월부터 개방형 스크러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 문제를 떠나 경제적 관점에서 봐도 스크러버 투자는 위험하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불안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엔트워프, 로테르담 등 유럽의 주요 항구에서는 스크러버를 장착한 배들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파이프나 선체 내부에 심각한 부식이 발생한다는 기술적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갈수록 저유황유 가격이 낮아지면서 스크러버가 경제성을 잃게될 것이라는 관측 역시 나온다. 현재 해운사들이 3년 용선계약에서는 스크러버 선박을 선호하지만 5년 이상의 계약을 찾을 때는 스크러버 선박을 꺼려한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보여준다.
그리스 해운사 다이아나(Diana Shipping)의 이오아니스 재피라키스 CEO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스크러버라는 투자가 보상으로 돌아오려면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차이, 연료의 가용성, 기술적 문제 등 다양한 가정이 원하는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지금으로서는 가능한 투자 수익을 볼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선사들이 청정해운동맹(Clean Shipping Alliance 2020)을 결성해 스크러버가 환경을 해친다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동맹의 대변인이자 스타벌크캐리어스(Star Bulk Carriers)의 대표인 해미스 노튼은 “언젠가는 더 나은 연료 해결책이 나올 수 있지만 우리가 석유를 사용하는 한 개방형 스크러버가 가장 환경친화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개방형 스크러버는 황산염 형태의 유황을 배출하는데 황산염은 바다에서 가장 흔한 성분의 하나일 뿐더러 바다에 묻혀있는 황산염의 양과 비교하면 스크러버에서 나오는 양은 아주 하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역시 청정해운동맹 소속인 싱가포르 선사 내비게이트(Navig8)의 CEO 니콜라스 부시와 게리 브룩클레스비도 최근 트레이드윈즈와 인터뷰에서 개방형 스크러버가 바닷물을 더럽힌다는 주장은 ‘가짜 뉴스’라고 날을 세웠다.
청정해운동맹에는 이밖에도 노르웨이 선주 존 프레드릭센 소유의 프론트라인(Frontline)과 골든오션(Golden Ocean), 이스라엘 선주 이단 오퍼 소유의 이스턴 퍼시픽사(Eastern Pacific), 덴마크 유조선사인 톰(TORM) 등이 속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