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개조시장이 환경 규제의 강화 추세에 따라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의 개조 및 유지, 보수사업 등을 한다. 2022년까지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4030억 원, 수주 23억 달러를 내겠다는 목표를 잡아뒀다.
지난해 매출이 2400억 원, 영업이익이 1140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심찬 계획이지만 최근 성장세를 보면 무리하다고도 보기 힘들다.
이 회사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새 환경 규제를 앞두고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와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BWTS) 설치 공사 등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만 봐도 스크러버,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등 개조사업에서 일감 2억9400만 달러 규모를 따냈다. 10월에 추가 수주한 1억 달러를 포함하면 4억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실적의 24배가 넘는다. 3분기까지 현대글로벌서비스 누적 매출 역시 2832억 원으로 벌써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었다.
글로벌사업 확대에도 분주하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유럽과 미국 법인에 이어 11월 싱가포르에 세 번째 해외법인을 세웠다. 콜롬비아에도 신규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산화물을 씻어내는 스크러버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제해사기구가 2020년 1월부터 선박 배출가스의 황산화물(SOx) 비율을 기존 3.5%에서 0.5%로 축소하는 규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독일선급(DNV GL)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스크러버 설치 공사는 1천여 건에 이른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국내 최초로 스크러버를 제품 공급에서부터 설치, 시운전까지 모두 제공하는 일괄도급 방식으로 높은 경쟁력도 확보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2월 출범할 당시부터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불리며 관심이 높았다. 그가 친환경 선박개조사업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직접 회사 설립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는 정 부사장이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책임도 더 무거워졌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4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부사장이 2014년부터 강력히 주장해 세우게 된 회사"라며 "스스로 책임지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해 대표이사를 맡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최근 그룹 선박해양영업 대표에도 올라 경영권 승계 작업을 더욱 가속화했다. 현재 공식 직함만 3개로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까지 겸한다.
승진이 워낙 빠르다보니 현대중공업그룹을 물려받는 데 '대관식'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 세습경영이라는 비판적 시선이 적지않은 만큼 자리에 걸맞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따른다.
정 부사장에게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공을 인정받을 만한 성과를 내는 일은 승계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인 셈이다.
다만 스크러버가 해수를 오염시킨다는 논란이 일면서 스크러버 장착을 금지하는 해역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현대글로벌서비스에 불안요소다. 최근 싱가포르항만공사(MPA)는 2020년 1월부터 '오픈루프 방식(Open-loop Type)'의 스크러버를 금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도 정 부사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글로벌서비스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1.73%다. 현재로서는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현대글로벌서비스도 규제망에 오른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오너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 이런 계열사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 등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 개정안은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국회에 제출된다.
현재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와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각각 25.8%, 5.1%씩 총 30.9% 들고 있으며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