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형 기동헬기(KUH) 수리온 수출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사장은 11월 인도네시아에 완제기 수출을 성사한 뒤 사업 확대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필리핀에 수리온을 수출하기 위한 협상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현재 필리핀 국방부 등과 기종 선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지 마케팅을 포함해 관계기관과 공조해 수리온 수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필리핀에 수리온을 수출하면 헬기와 관련한 첫 완제기 수출이 된다.
수리온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한국형 헬기사업(KHP)에 따라 개발한 첫 한국형 기동헬기(KUH)인데 아직껏 수출실적이 없다.
수리온 필리핀 수출사업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6월 한국을 찾아 직접 수리온에 탑승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면서 속도가 붙었는데 7월 마린온 추락사고가 일어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마린온은 수리온을 개조해 만든 해병대 기동헬기다.
김 사장은 최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수리온 수출을 놓고 필리핀과 기술협상을 다시 시작했다”며 “협상 중단 기간 다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부의 노력 등으로 다시 협상이 시작돼 50% 정도 복원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1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기본훈련기 KT-1 수출 계약을 맺은 뒤부터 완제기사업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감사원 출신으로 취임한 지 1년 동안 완제기 수출 실적을 1건도 올리지 못했다. 특히 방산업계의 기대가 컸던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수주에 실패하면서 경영능력을 의심받기도 했다.
완제기사업 고전은 김 사장이 이끄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약점으로 평가됐는데 김 사장은 취임 1년을 갓 넘긴 시점에 인도네시아와 기본훈련기 수출계약을 맺으면서 숨통을 텄다.
김 사장은 11월 인도네시아에서 국방부 공동취재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인도네시아에 수리온 24대와 FA-50 16대를 추가로 수출하는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사장은 4일 조직개편에서 완제기 사업을 비롯한 수주사업 전반에 힘을 싣기 위해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전사수주위원회를 새롭게 만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완제기사업 확대와 관련해 우호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7월 마린온 사고 이후 운항이 전면 중지됐던 수리온의 비행을 단계적으로 시작했다. 상황에 따라 수리온과 마린온 납품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12월 중순 소형무장헬기(LAH) 시제기도 처음 출시한다. 소형무장헬기는 당장 실적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9년 5월 초도비행, 2022년 11월 개발완료를 목표로 소형무장헬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개발이 마무리되면 수익성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5월 제주소방안전본부에 인도한 소방헬기 '한라매'. <한국항공우주산업> |
1일 한강 강동대교 인근에서 발생한 산림청 헬기 추락사고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완제기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에 추락한 헬기 기종은 산림청이 1997년 도입한 러시아산 헬기 KA-23(까모프)인데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추락하며 사망사고를 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5월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한 소방헬기 KUH-1EM(Emergency Medical)과 산림헬기 KUH-1FS(Forest Service)를 제주소방안전본부와 산림청에 각각 납품했다.
산림청이 국산 헬기를 납품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인데 앞으로 노후화한 헬기 교체에 속도를 낸다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김 사장은 11월8일 1주당 평균 3만1650원에 1천 주, 11월19일 1주당 평균 3만1375원에 1천 주 등 11월 2차례에 걸쳐 6300만 원어치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였다.
김 사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사장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