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 충동을 공개적 담론으로 끌어올려 20세기 초반 보수적인 유럽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그는 인간에게 에로스(성)와 타나토스(죽음) 충동이 내재해 있으며 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당시 성 관념에 훨씬 자유분방했던 미국에서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프로이트 자신은 슬하에 3남3녀를 두고 평생 아내만을 사랑했던 가장이자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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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슐리 비더만 |
노엘 비더만은 불륜 알선 사이트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이트 애슐리매디슨의 창업자다. 비더만은 21세기 초반 세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애슐리매디슨이 한국어 도메인(www.ashleymadison.co.kr)으로 국내에서 서비스를 재개하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이트는 기혼자의 자유로운 연애를 내세워 이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다.
국내에서 접속이 차단됐으나 최근 간통죄 폐지 결정이 내려진 뒤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한국어 사이트 첫 화면에 “인생은 짧습니다. 연애하세요”라고 써있다.
비더만은 한국의 간통죄 폐지 결정에 대해 “한국인이 누리게 된 자유를 축복한다”며 “침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환영했다.
애슐리매디슨은 46개국에서 3324만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더만은 2001년 캐나다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원래 법학을 전공한 스포츠에이전시의 변호사였다. 운동선수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바람을 피우는 것을 목격한 뒤 외도를 사업화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사업화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기혼자들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이며 이용자들로부터 회비를 받는 것이다. 간단히 프로필을 작성해 올리면 성향에 맞춰 파트너를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모든 정보는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며 계정을 삭제하거나 탈퇴하는 것도 자유롭다.
수익은 남성회원에게서 나온다. 라이브채팅을 시도할 경우 이용료가 부과되는데 여성은 공짜다. 사이트 개설과 함께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미국과 대만, 브라질, 멕시코, 홍콩, 일본 등으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지난해 3월 싱가포르에 이어 국내에도 진출했는데 수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심의원회가 불륜이나 간통을 조장한다며 발목을 잡아 접속차단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내려진 뒤 사이트 접속 차단을 철회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간통죄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지면서 이 사이트를 차단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며 “그러나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애슐리매디슨 같은 사이트가 불륜이나 간통을 조장한다며 이런 사이트를 차단하는 법안을 지난 11일 국회에 발의했다.
애슐리매디슨과 같은 온라인 만남 서비스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교적 성문화가 자유로운 프랑스에서 ‘글리든’이라는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이 사이트는 성경 속 이브의 유혹을 상징하는 사과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해 가톨릭 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애슐리매디슨은 프랑스판 광고에 역대 프랑스 대통령을 등장시켜 논란을 불렀다. 기혼자인데도 외도를 일삼았던 대통령들을 광고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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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슐리매디슨 홈페이지 |
노엘 비더만은 애슐리매디슨이 공격을 받는 데 대해 “애슐리매디슨이 미혼자 대상 데이트 사이트에서 실수로 기혼자를 만나거나 직장 내 불륜을 막는 효과가 있다”며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이혼이 아니라 일부일처제를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숱한 논란에도 애슐리매디슨은 2013년 연 매출이 1억3천만 달러까지 급증했다. 비더만 자신도 거부의 반열에 오른 것은 물론이다.
이런 ‘죄악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에 대해 비더만은 당당하게 말한다. “확실한 것은 우리의 DNA 속에 일부일처제란 없고, 불륜은 지극히 인간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비더만은 아내에 충실한 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