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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추진해 온 배당확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애초 배당이 확대되면 가계소득이 증가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현금배당을 늘린 결과 외국인 투자자와 대주주 일가 주머니만 불리고 말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결산 1719상장사 가운데 지난 10일 기준으로 현금배당을 결정한 곳은 모두 885회사다. 이들 기업의 현금배당은 모두 15조7234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8.9%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에서 배당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 39상장사의 경우 현금배당액은 5조6254억 원으로 전년보다 132.6%나 늘었다.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들이 배당확대에 적극적이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51.8%로 늘어났는데 지난해 현금배당 총액은 전년보다 2조1570억 원(39%)가 늘어난 3조 원이었다.
외국인들이 지난해 받아간 배당금은 5조6086억 원으로 전체 배당금의 35.7%나 됐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주가 많은 기업일수록 현금배당 압력을 느껴 배당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외국인들은 한국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낮은 데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배당확대를 요구해 왔다.
기업들의 배당확대가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따른 국부유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배당확대에 따라 재벌총수와 일가들도 두둑한 배당금을 챙겼다. 재벌닷컴이 2014년 회계연도 현금배당을 결정하기로 한 871개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배당금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1억 원 이상 억대 배당부자는 모두 1204명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보다 63%나 증가한 1758억 원의 배당금을 상장 계열사들로 받았다. 1천억 원 이상 배당금을 받는 사람은 이 회장이 유일했으며 5년 연속 최고 배당부자 자리도 지켰다.
배당금이 100억 원이 넘는 사람도 전년보다 3명이 늘어 19명으로 집계됐다.
이건희 회장의 뒤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42억 원), 최태원 SK그룹 회장(329억 원) 순으로 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우 배당금이 37.3% 늘어 314억 원을 받았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16억 원을 받아 79.5% 증가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경우도 배당금액이 53.3% 늘어난 144억 원이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들이 몸살을 앓았던 곳이다.
10대 그룹의 2014년 회계연도 배당총액은 8조6090억 원이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27.5%가 늘어났다.
이들 그룹은 특히 총수나 대주주 지분이 많은 계열사의 배당확대에 적극 나서 대주주 배당금도 대폭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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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그룹의 배당총액이 줄었는데도 최 회장이 받을 배당금은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 최 회장이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SKC&C의 배당금이 2013년보다 33%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 등은 37년 만에 적자를 내며 배당을 하지 않아 SK그룹 전체 상장계열사 9곳의 배당금은 전년보다 485억 원 줄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배당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배당이 가계소득에 보탬이 되기보다 외국인과 기관, 대기업 총수들만 수혜를 입게 돼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야당도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이 재벌 오너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야당은 또 기업들이 근로자 임금은 동결하면서 총수 일가는 고액배당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금이 올라야 소비가 살고 디플레 현상도 극복되는데 재벌 대기업들은 자기 배를 불리기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정부에 분배정책을 다시 세울 것을 촉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