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정기선 부사장은 19일부터 그룹 선박해양영업 대표를 맡고 있다.
당초 가삼현 사장이 선박해양영업 사업대표였지만 그가 최근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오른 뒤 변화가 생겼다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직제를 기존 '사업대표-부문장'에서 '대표-본부장'으로 바꿨다.
정 부사장은 원래 선박해양엽업 부문장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대표에 선임되고 박승용 전무가 새로 본부장을 맡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삼현 사장이 영업을 총괄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정 부사장의 직책 이름이 달라졌을 뿐이고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명목상이라고는 해도 ‘대표’라는 직함은 가볍지 않다. 외부적으로든 내부에서든 정 부사장의 책임이 확대된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11월 초 가삼현 사장이 한영석 사장과 함께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에 오른 것 역시 정 부사장의 '3세 경영' 시대를 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된다.
가 사장이 그동안 선박 영업부문에서 정 부사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3세 승계가도를 닦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은 20여 년 만에 오너경영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공식 직함만 3개로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까지 겸한다. 어느새 그룹의 주요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까지 올라선 셈이다.
올해 들어 경영 전면에 얼굴을 드러내는 일도 잦아졌다. 주로 미래사업과 관련한 행사였다.
정 부사장은 지난 5월 로봇사업과 관련해 현대중공업지주와 독일 쿠카그룹의 업무협약을 직접 나서서 체결했다. 8월에도 현대중공업지주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과 의료빅테이터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맺는 자리에 직접 나왔다.
정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 역시 그룹에서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 부사장의 경영능력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정 부사장이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직접 설립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선박 개조 및 유지, 보수 사업 등을 하는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를 앞두고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와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BWTS) 설치 공사 등을 잇따라 수주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만 봐도 스크러버,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등 개조사업에서 2억9400만 달러치의 일감을 수주했다. 10월에 추가 수주한 1억 달러를 포함하면 4억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 실적의 24배가 넘는다. 3분기까지 현대글로벌서비스 누적 매출 역시 2832억 원으로 벌써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었다.
앞으로도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수주 전망은 밝은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는 만큼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기존 사업에서 매출 증가가 전혀 없다고 가정해도 올해 개조사업 수주물량에서만 2500억 원이 내년 매출에 반영된다"며 "2019년 매출은 6383억 원으로 올해 추정치보다 64.4%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