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스마트폰사업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화웨이 등 중국업체를 뒤따라 여러 개의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를 대폭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 공급을 주로 담당하는 삼성전기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8일 "화웨이의 성공 이후 중화권 스마트폰업체가 공격적으로 멀티 카메라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경쟁력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웨이는 4월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P20' 시리즈에 세 개의 카메라로 이루어진 트리플 카메라 모듈을 탑재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듀얼 카메라 등 멀티 카메라 탑재 비중을 늘렸다.
P20 시리즈의 판매량은 1150만 대로 지난해 출시된 P10 시리즈보다 약 52% 급증했다.
고 연구원은 "트리플 카메라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차별화 요소로 자리잡아 P20의 판매 호조에 기여했다"며 "중화권 스마트폰업체의 멀티 카메라 채용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화웨이가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비보는 70%, 오포는 60%, 샤오미는 50% 안팎으로 멀티 카메라 채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로 갤럭시S9플러스와 갤럭시노트9 등 고가 스마트폰에만 듀얼 카메라를 탑재해 채용률이 30% 안팎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가 올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는 점도 중화권 제조사보다 멀티 카메라와 같은 새 기술 적용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카메라를 탑재한 멀티 카메라 스마트폰 출시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0월 출시된 갤럭시A7은 후면에 3개, 연말 출시되는 갤럭시A9는 4개의 멀티 카메라 모듈을 탑재하고 있다. 내년 출시되는 중저가 스마트폰도 대부분 멀티 카메라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멀티 카메라 채용 확대가 삼성전자의 2019년 스마트폰사업 전략에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라며 "중저가 제품에도 탑재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을 완전히 잠식한 화웨이 등 중화권 스마트폰업체와 경쟁하려면 삼성전자가 이들의 전략을 뒤따라 정면승부를 노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사업 반등 전략에 카메라 모듈을 주로 공급하는 삼성전기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고화질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 광각 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카메라 모듈을 듀얼 또는 트리플 카메라 형태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중저가 스마트폰의 카메라 모듈을 삼성전기 이외 업체에서 받는 일이 많았는데 내년부터 삼성전기로부터 카메라 모듈을 받는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멀티 카메라가 주로 사용되는 스마트폰 후면카메라는 주로 기술력이 앞선 삼성전기가 공급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중저가 스마트폰의 브랜드와 라인업을 완전히 바꾸는 계획을 검토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 확대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직접 약속한 중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반등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난 20년 동안 모바일사업에서 신기술 채용에 적극적 태도와 보수적 태도를 번갈아 보였다"며 "내년부터 다시 적극적 변화를 추진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