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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용퇴, 아버지는 아들의 코오롱 경영 시행착오 바라지 않았다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8-11-28 14: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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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0383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웅열</a> 용퇴, 아버지는 아들의 코오롱 경영 시행착오 바라지 않았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자신의 퇴임을 밝힌 뒤 임직원과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코오롱그룹>
“내가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구나 생각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새로운 코오롱그룹의 혁신을 위해 23년 동안 잡았던 코오롱호의 키를 놓기로 했다. 여전한 열정과 결단력을 갖춘 만큼 그 에너지가 어디를 향할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28일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이 회장은 만 62세로 아직은 '젊다'. 게다가 코오롱그룹은 이제 곧 이 회장이 힘을 쏟아 온 소재와 바이오사업의 결실을 누리려 하는 시점이다. 이 회장이 전격적 퇴진을 선택한 이유를 놓고 궁금증이 커진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마흔 살에 코오롱의 회장을 맡으면서 20년간 일하고 예순에 새 인생을 살겠다고 작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며 “이런 저런 이유로 3년이 더 흘렀는데 우물쭈물하다 더 늦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처음 마음 먹은 대로 떠나려 한다면 코오롱의 사업이 결실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그래야 후계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이 회장의 장남은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다. 그는 2017년 12월 상무로 승진했고 2018년 초 코오롱 계열사 리베토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퇴임과 동시에 이규호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고 지주회사 코오롱에서 유석진 대표이사를 사장으로 올려 경영권 승계 구도를 뒷받침하도록 했다. 이미 2017년 말 안병덕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을 선임해 경영멘토 역할을 준비하도록 했다.

이 회장은 1996년 부친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오너 3세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젊은 나이에 회사를 물려받아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회장에 오르자마자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고 한때 10대 그룹에 속했던 코오롱그룹은 현재 30대 그룹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에야 이 회장의 신사업 성과가 나타나면서 재계 순위에서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이 이런  전철을 더이상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영권 승계 기반이 충분히 무르익은 지금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규호 전무가 다음 그룹 총수에 오르기 전에 비교적 여유를 지니고 경영수업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으면 그룹 경영은 아무래도 이 회장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오너 4세 경영체제로 전환은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의 글에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한 빠른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동안 그가 닦아 놓은 기반 위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자락을 깔아주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세상이 변하고 있고 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내가 떠남으로써 우리 변화와 혁신의 빅뱅이 시작된다면 제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부친 이동찬 회장께서도 21세기 새로운 사업은 새로운 세대가 맡아야 한다고 말하며 아무도 예상 못했을 때 코오롱을 떠났다”며 “새로운 세대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코오롱만의 성공을 이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제 이 회장이 어떤 행보를 걸을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오너 3세인 그가 신사업 진출은 여러 차례 경험해 봤지만 맨손으로 일구는 창업은 걸어보지 않은 길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밖에서 펼쳐볼 것”이라며 “새 일터에서 성공의 단맛을 맛볼 준비가 됐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룹 경영의 부담을 내려놓은 이 회장이 정재계에서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 회장의 경험과 인맥이 풍부한 데다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연령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그룹 회장에 오르면서부터 경총과 전경련 부회장을 맡는 등 재계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2017년에는 전경련 혁신위원회 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전부터 이 회장은 재계단체 회장 후보로 거명돼 왔다. 부친 이동찬 명예회장이 경총 회장과 경제단체협의회 회장을 지냈듯이 이 회장도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 이 회장이 정치권으로 발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코오롱그룹 일가는 정치권과 인연이 깊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조부인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는 공화당 소속으로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동찬 명예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이 있었다. 이 전 의원이 코오롱과 코오롱상사 사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거취는 결정되거나 알려진 바가 없다”며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일 뿐 오운문화재단 이사장 등 공익적 활동을 계속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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