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일어나려면 뭔가는 움직여야 한다'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개혁의 고삐를 쥔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이 첫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다. 포스코에 잔잔히 부는 변화의 바람이 한층 거세질 조짐이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연말에 인사 개편을 계획해놓은 대기업들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인력 이동이 예상되는 곳이다.
최 회장은 12월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원래는 해마다 1~2월에 임원과 사장단 인사를 해왔는데 두 달 정도 빠르다. 그만큼 개혁의 필요성을 다급하게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인사는 11월 발표한 ‘100대 개혁과제’의 연장선이자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신사업부문을 이끌 외부 인사를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신성장사업 조직을 철강부문과 동급인 ‘신성장부문’으로 격상하고 외부 전문가를 총괄 책임자로 영입하겠다고 했다.
이사회 산하의 기업시민위원회 및 산학연협력실에도 외부인사를 앉힌다.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포스코에서 밖에서 인재를 찾는 것은 뜻밖이지만 최 회장은 '포스코맨'만으로는 100년 기업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어렵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최근 포스코청암재단 이사장에 김선욱 전 이대화대 총장을 선임한 점도 이런 기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자리에는 관례적으로 포스코 회장이 올랐는데 외부 인사에게 맡긴 것은 처음이다.
최 회장이 ‘현장 중심’이라는 경영 방침을 어떤 방식으로 관철할지를 놓고도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내정자 신분일 때마저 전 직장인 포스코켐텍의 본사가 있는 포항에서 일을 돌봤을 정도로 현장을 중요히 여기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현재 서울에 있는 임직원 일부를 포항과 광양제철소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상당수의 임원을 현장에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김학동 광양제철소장과 오형수 포항제철소장이 부사장에서 승진할 수 있다는 관측 역시 제기된다.
계열사에서도 대대적 사업개편에 따른 인력 이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그룹 내부에서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은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업무 과정을 간소화해 한 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건설은 설계, 시설 운영관리 등 그룹의 건설 분야를 흡수하고 포스코와 포스코에너지의 LNG 도입 업무는 포스코대우로 일원화된다.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나 제도 개선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며 "각 분야의 개혁과제는 임원급의 담당자가 추진하도록 하고 대표이사가 주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권오준 전 회장과 거리 두기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임원인사야말로 최 회장이 경영 쇄신 의지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권 전 회장 시절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
권오준 라인'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내부에서는 다르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최 회장은 취임 직후 권 전 회장체제에서 ‘2인자’라고 불렸던
오인환 대표이사 사장을 인재창조원장만 맡도록 하면서 사실상 경영 중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오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포스코, 지난 정부 10년 간의 비리 진상 규명’ 토론회에서 “포스코의 부실과 비리에 책임 있는 경영진들이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고 비판했는데 최 회장이 인사 혁신을 통해 포스코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힘을 더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현재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으로부터 개혁의 필요성이 가장 강하게 요구되는 곳 가운데 하나"라며 "이는 최 회장에게 부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원하는 그림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