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1차 공판에서 노조 와해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의장을 포함한 32명을 대상으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 의장은 9월27일 기소된 뒤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 의장 등 삼성전자 변호인은 이날 “검찰 다스 수사팀이 영장없이 하드디스크를 압수수색해 사건이 진행됐다”며 “영장주의에 위반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 방침을 세웠다는 것을 놓고 변호인은 “무노조 경영은 경영철학이나 이념 등으로 거창하게 포장될 개념이 아니다”라며 “공정한 인사제도로 직원 모두 만족하는 상생경영을 실천하는 문화가 존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삼성이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노조 와해 공작을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시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의 노조 전략 문서를 놓고도 “미래전략실의 노사파트 자체 문서일 뿐 삼성이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 승인한 노사 전략이 아니다”며 “문건에 불과한데 ‘전략’으로 오인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노사환경 변화를 놓고 노사파트 업무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노조 와해’와 ‘고사화’ 등 과격한 용어가 포함됐지만 교육용 참고자료”라며 “실행을 전제로 작성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이날 “피고인들 대부분 삼성 관계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재판에 모두 참석해야 한다고 하는데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은 공판 기일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
이 의장 등 32명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에 대응해 일명 ‘그린화 작업’이라고 불린 노조 와해 전략을 실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노조 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를 폐업하고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하거나 개별 면담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단체교섭에 불응하거나 이를 지연하고 노조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등 조합원 사찰한 혐의 등도 받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벌인 장기간의 조직범죄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