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실제로 ‘오바마의 판사’들을 두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20일 성명을 통해 “미국에 ‘누구의 판사’는 없다”고 말한 데 대응하는 발언이다.
이런 설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남쪽 국경을 통한 대량 이민 해결을 위한 대통령 포고문’이 법원에서 일시적 금지 판결을 받은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포고문은 ‘캐러밴’이라 불리는 중미 이민자 행렬을 겨냥한 것으로 미 남부 국경을 통해 들어온 불법 입국자들의 망명 신청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민 반대정책’에 제동을 건 판사를 ‘오바마 판사’로 몰아붙였고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판사를 감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역공을 하는 등 대립이 이어진 것이다.
존 티거 제9 연방순회법원 판사는 19일 포고문을 일시적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티거 판사는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티거 판사의 판결을 두고 “티거 판사는 ‘오바마의 판사’”라며 “이 사건에 관해 우리는 대법원에서 승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티거 판사를 비난하자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20일 성명을 내서 반박했다.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미국에 ‘오바마 판사’나 ‘트럼프 판사’, ‘부시 판사’나 ‘클린턴 판사’는 없다”며 “자기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들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독립적 사법부는 우리 모두가 감사해야 할 대상”이라고도 말하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수장이 대중 앞에서 부딪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AP는 “여당이 추천해 인준된 연방대법원장이 현직 대통령에게 날을 세운 전례가 드물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대법원이 오바마 케어에 관해 합헌 판결을 내린 뒤 트위터에 “존 로버츠는 미국인이 대법원을 증오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