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놓고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이 최근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증시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크게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 또는 인하를 주장하는 이유로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증권거래세가 없고 중국, 홍콩, 대만 등도 한국보다 증권거래 관련 세금 부담이 낮다는 점이 제시된다.
한국의 높은 증권거래 관련 세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과세 원칙도 근거로 꼽힌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주식 양도로 이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관계없이 부과되므로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이 지적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도 부과되므로 이중과세 문제도 거론된다.
최 위원장은 6일 처음으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직접 언급하면서 여론에 힘을 보탰다.
최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거래세는 이익을 봐도 내지만 손실을 볼 때도 내야 하고 이중과세의 문제도 있다”며 “세무당국은 세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 소극적이지만 증권거래세 폐지는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금 관련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증권거래세 폐지에 부정적 반응을 나타내자 금융위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최 위원장이 증권거래세 관련 발언을 한 뒤 9일 한 언론에서 ‘금융위, 증권거래세 0.5%에서 0.1%로 인하 추진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세법 개정과 관련된 사항은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할 사항이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시길 바란다”는 공식 해명문을 냈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폐지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최 위원장의 뜻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도 증권거래세 폐지와 관련해 법안 발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5일 증권거래세 폐지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올해 안에 증권거래세를 크게 낮추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0.1%까지 낮추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기도 하다.
중요 변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명된 점이다.
홍 후보자가 부총리에 최종적으로 임명된다면 최 위원장의 증권거래세 폐지 행보에는 긍정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문제로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홍 후보자가 강하게 기획재정부의 의견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홍 후보자는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놓고 “개인적 의견을 밝히지 못하는 데 양해 부탁드린다”며 “경제팀에 들어가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답변 드리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