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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서울대 첫 총장 누가 되나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3-27 2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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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인 서울대 첫 총장 누가 되나  
▲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 20일 예비후보 대상자 12인을 확정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강태진, 김도연, 김명환, 오세정, 이우일, 정종섭, 황수익, 조영달, 조동성, 성낙인,박종근, 박오수 <사진=서울대 각 단과대학 홈페이지>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정희성 시인은 1971년 서울대 관악캠퍼스 기공식 날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란 축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서울대는 우리 사회에서 애증의 대상이다.


한국 최대의 인재들이 모인 곳으로 한국을 이끄는 파워엘리트의 산실이었다. 서울대가 있어 한국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학벌사회를 낳은 주범이라는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다. 과도한 입시경쟁과 대학 서열화 고착, 한국 사회 파워기관의 독과점 등이 모두 서울대의 책임으로 돌려졌다. 서울대 폐지론이 끊임없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 ‘국립’ 서울대에서 ‘법인’ 서울대로 바뀌었다. 올해 2년째를 맞는다. 그리고 법인 서울대의 총장을 새로 뽑는다. 법인 서울대의 총장은 간선제다.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로 서울대 총장을 선발하는 것 자체가 전환기 서울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도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법인 서울대의 새 총장은 서울대가 갈 길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인 서울대에서 새로운 총장은 어떤 유형의 총장이 선출될까?


외국의 사례를 보면 총장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CEO형 총장이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외부에서 기금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는 총장이다. 법인 서울대도 ‘국립’ 울타리를 벗어난 만큼 이제 이런 CEO형 총장의 출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말 그대로 ‘지성의 대표자’ 총장이다. 서울대는 국립이든 법인이든 한국 지성의 집결지다. 그런 만큼 여전히 한국 지성을 대표하는 총장으로서 위상이 중요하다.


법인 서울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 확정된 총장 후보 12인은 누구인가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가 지난 20일 확정됐다. 총 12명이 지원해 서류심사를 거쳤지만 결격사유가 발견돼 탈락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번에 확정된 후보는 ▲강태진 전 공과대학장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명환 자연과학대학장 ▲박오수 전 경영대학장 ▲박종근 전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 ▲성낙인 전 법대학장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이우일 전 공과대학장 ▲정종섭 전 법대학장 ▲조동성 전 경영대학장 ▲조영달 전 사범대학장 ▲황수익 전 사회과학대학장 등이다.


후보 명단을 보면 아직까지도 서울대의 ‘순혈주의’가 지켜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원자 전원이 서울대를 졸업했다. 또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은 서울대 현직 교수다. 김 전 장관은 1982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를 지냈다. 서울대는 이번에 외부 피를 수혈하겠다며 학내외 인사와 외국인 후보를 공개 모집했다. 하지만 지원자는 모두 내부 인사였다.


전통 명문인 ‘KS라인’은 이번에도 강세를 보였다. 12명의 후보 중 절반인 6명이 경기고-서울대 출신 인사다. 강태진, 김도연, 성낙인, 오세정, 이우일, 조동성 교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KS라인은 1991년 서울대가 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총장 자리를 거의 독점해왔다. 19대부터 25대까지 7명 중 20대 이수성 전 총장(서울고)과 22대 이기준 전 총장(서울 사대부고)만이 경기고를 나오지 않았다.


정치 경력이 있는 후보는 4명이다. 김도연 석학교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제1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과부) 장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모교 예산지원 파문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다가 결국 6개월 만에 경질됐다. 정종섭 교수는 2012년 출범한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조동성 교수도 같은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조영달 교수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 수석비서관을 지냈던 적이 있다.


후보자들의 전공을 살펴보면 여전히 공과대학 교수들이 많은 가운데 대체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공과대학 교수가 4명이고 자연대와 경영대, 법대에서 각각 2명씩 나왔다. 사범대와 사회대에서는 한 명씩 후보가 나왔다. 전체적으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후보가 6대 6으로 동수를 이뤘다.


이번 선거에서 어떤 계열 출신의 후보자가 당선될지도 관심거리이다. 직선제 이후 지금까지 인문계열 출신 총장은 4명이고 자연계열 출신 총장은 3명이었다. 또 22대 선거부터 25대까지 두 계열에서 번갈아 총장이 나왔다. 현 총장인 오연천 총장은 정치학과 출신이다. 균형과 순서를 고려하면 이번에 자연계열 출신 후보자가 당선될 차례지만 대학이 법인화되고 간선제로 바뀌는 등 상황이 변했다.


최연소 후보자는 조영달(53)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이고 최고령 후보자는 황수익(72)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이다.

  법인 서울대 첫 총장 누가 되나  
▲ 서울대 총장 12명 후보


◆ 캐스팅보드 쥔 총추위는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서울대 총장 후보들이 대부분 내부인사라는 점에서 또다시 직선제 시절의 ‘인기투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외부인이 포함된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후보들을 다각도로 평가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법인화 이후 이사회와 평의원회는 서울대의 두 축을 이루며 총장 선거를 놓고 대립했다. 서로 ‘자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총추위에 넣겠다고 갈등을 빚었다.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으며 총장과 부총장을 비롯해 교육부차관, 평의원회 추천자, 외부 인사 등을 포함한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평의원회는 교수와 직원의 대표 기구로서 약간의 교직원과 다수의 교수를 포함한 50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사회와 평의원회는 지난해 12월 진통 끝에 총추위 구성안에 합의했다. 확정된 총추위 규정을 살펴보면 그동안의 ‘닫힌 경영’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보인다. 총 30명의 총추위 위원 중 외부인사 수는 10명이다. 이사회는 5명의 위원을 추천했는데 이중 4명이 외부인사다. 평의원회 추천 위원은 25명으로 외부인사 6명과 각 단과대 대표 교수 19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2월5일 총추위 명단이 확정됐다. 이사회는 내부인사로 김영중 약대 명예교수를 추천했다. 외부인사로는 강용현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와 오영교 전 동국대 총장, 이부섭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임병헌 전 가톨릭대 총장이 선임됐다.


평의원회가 추천한 외부인사 6명은 김명자 한국여성기술단체 회장,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광우 변호사, 황덕남 변호사, 서옥식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등이다.


총추위 외부인사 10명 중 다른 대학 교수나 총장 출신이 3명이고 변호사도 3명이다. 기술단체 대표는 2명이다. 제도 도입 취지에 비해 총추위는 인물 구성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대 총장 투표에 개교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이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번 총장 선출에서 총추위의 힘은 절대적이다. 총추위는 곧 있을 후보자들의 소견 발표를 통해 12명의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한다. 총추위는 발표마다 점수를 매겨 5명의 고득점자를 선정한다. 5명의 후보 중 최종 3인을 결정하는 합동연설 평가에서도 교직원 정책평가단보다 입김이 세다. 이 평가에서 총추위 평가 결과는 60% 반영된다. 평가단의 규모는 240명이지만 평가 결과는 40%만 반영된다.


총추위의 강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는 벌써부터 나온다. 총추위원 간 담합과 위원에 대한 후보자들의 로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총장 선거에 출마한 한 교수는 “총추위 내부에서 특정 후보를 밀어주자는 말이 나올 수 있다”며 걱정했다. 서울대 한 관계자도 “후보들이 총추위원들에게 로비를 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총추위원들은 결국 단과대의 의견과 관계없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인 서울대 첫 총장 누가 되나  
▲ 서울대학교 정문 <뉴시스>

◆ ‘최고 중의 최고’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선거전


우리나라에서 서울대 총장이란 자리는 무겁다. 단순히 한 대학의 책임자가 아닌 우리나라 지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서울대 총장은 그만한 대우를 받는다. 2013년 기준 ‘공무원여비지급 구분표’를 보면 국립대학교 총장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감사원장, 검찰총장과 동등한 급으로 분류된다. 총장이 공무로 여행할 때 대통령과 동일한 수준의 여비가 지급되는 것이다. 법인화로 서울대가 국립대 간판을 버렸지만 여전히 서울대 총장은 여타 총장들보다 높은 대접을 받는다.


서울대 총장이 받는 예우는 장관급에 해당한다. 국군의 날 행사 같은 국가 차원의 공식 행사장에서 시도지사보다 앞자리에 배정된다. 시도지사는 차관급이다.


서울대 총장은 고위직 공무원이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서울대 총장 가운데 3명이 총리가 됐다. 16대 이현재 총장, 20대 이수성 총장, 23대 정운찬 총장이 모두 총리를 지냈다. 5대 최규남 총장과 13대 윤천주 총장, 15대 권이혁 총장, 18대 조완규 총장은 문교부(현 교육부) 장관이 됐고, 22대 이기준 총장은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를 맡았다.


현재 선거전은 치열하다. 한 서울대 총추위원은 “위원으로 선정되자마자 대여섯 명의 후보가 점심을 먹자며 연락했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총장 모집 공고를 내기도 전에 선거를 위한 물밑작업이 이뤄졌던 것이다. 한 서울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5명의 총추위원만 잡으면 최종 3인에 들 수 있다는 생각을 품는 후보들이 벌써부터 치열하게 총추위원을 상대로 접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들 사이에서 간선제를 도입했지만 직선제 때의 폐해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선거가 여전히 인기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직선제 당시 총장 후보자들은 교수들의 눈도장을 찍느라 각종 경조사를 챙기고 다녔다. 이런 현상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다만 규모가 작아졌을 뿐이다. 오히려 관리해야 할 대상이 줄어든 덕분에 예전보다 손쉽게 판세를 바꿀 수도 있어 더욱 열성이라고 한다.


반면 규모가 큰 단과대가 유리했던 직선제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직선제에서 교수들이 한 표씩 행사했기 때문에 교수들이 많은 단과대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하지만 이번에 각 단과대별 대표 한 명씩 총추위에 들어갔기 때문에 단과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후보자가 동일한 환경에서 싸우게 됐다. 총장 후보들이 각 단과대별로 고르게 분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단계마다 탈락해 최종 3명 가운데 1명 6월 결정


서울대 역사상 첫 간접선거는 지난 2월5일 총추위가 발족하면서 막을 올렸다. 총추위는 2월20일 서울대 총장을 공개모집한다는 공고를 냈고 한달이 지난 3월20일 12명의 최종 후보가 확정됐다.


후보들은 오는 4월3일 소견발표를 한다. 후보 당 20분의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진다. 총추위는 현장 평가 후 5명의 예비후보를 선정한다.


5인의 예비후보들은 4월16일과 18일 이틀 동안 연건 및 관악 캠퍼스에서 공개 소견발표회를 연다. 25일 정책토론을 위한 합동연설도 예정돼 있다. 이때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된 교직원 정책평가단이 후보들의 연설을 듣고 정책을 평가한다. 현 총장과 부총장, 이사, 평의원회 의장, 학장, 처장 등은 평가단에서 제외된다.


평가가 마무리 되면 3명의 총장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총추위와 정책 평가단은 3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3명의 후보 중에서 1명이 6월 중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 최종 후보는 교육부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오는 7월20일부터 제26대 서울대 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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