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세대교체가 막을 올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을 보좌해 중국사업을 이끌었던 설영흥 고문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며 ‘
정의선 시대’ 개막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16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현대기아차 중국사업본부 인사를 놓고 정 수석부회장이 세대교체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이 글로벌시장 공략과 밀접한 주요 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인사를 실시한 것은 9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사실상 승계한 뒤 처음이다.
세대교체의 바람은 중국사업본부에 맨 처음 몰아쳤다.
그동안 중국사업을 총괄하던 설영흥 상임고문을 비상임고문으로 배치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설 고문은 20여 년 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일하며 그룹의 중국 진출을 가능하게 만든 인물로 꼽힌다. 1945년생의 화교 2세로 대만 국립성공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개인사업을 하다가 1994년 현대차그룹과 관계를 맺고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고문으로 영입됐다.
설 고문은 2002년 현대차 고문으로 일할 때 주룽지 전 중국 총리를 직접 만나 중국 정부에게서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기업 설립 허가를 받아냈다. 기아차가 중국 장쑤성에 공장을 세우게 된 것도 설 고문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4년부터 현대차 중국사업담당 부회장을 10년 가까이 맡다가 2014년 4월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퇴한 지 반년 만에 상임고문으로 복귀했고 이후 계속해 현대차그룹의 중국사업을 이끌어왔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진출 역사에 설 고문의 책임과 역할이 강했던 것인데 그만큼
정몽구 회장에게서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런 설 고문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은 이제 ‘
정의선 시대’로 가겠다는 뜻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사업본부가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할 대안을 찾지 못했던 만큼 ‘조직 쇄신’을 명분으로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것이 수월했을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중국사업본부의 인적 쇄신을 계기로 중국사업의 탈출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병호 중국사업 총괄 사장이 선두에 선다.
이 사장은 1956년생으로 동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기아차 해외마케팅실장과 베이징현대 총경리, 현대차 미국법인 업무총괄 등을 역임한 해외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정 수석부회장은 중국에서 생산을 총괄해온 임원의 물갈이 인사도 함께 실시해 이 사장이 중국사업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사장은 중국에서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온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10월 기준으로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3.9%를 보였다. 5년 전 1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할 때 지배력을 크게 잃었다.
SUV시장 진출 타이밍이 늦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 SUV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가운데 SUV 비중은 약 25% 수준으로 중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가운데 SUV 비중(35% 안팎)에 못 미친다.
현대차는 2019년 1분기에 중국형 4세대 싼타페 ‘셩다’를 출시하고 기아차는 2019년 상반기에 중국 전략형 SUV ‘더 뉴 KX5’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