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3분기 상장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대한항공의 영업이익 증가는 유류비가 오른 상황에서 거둔 성과이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띈다. 유류비는 올해 3분기 항공사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류비 강세 속에서도 대한항공이 좋은 실적을 거둔 이유는 국제선 기준 운항거리 대비 매출(yield)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원화 기준 11.1% 증가했기 때문이다.
운항거리 대비 매출이 상승한 이유를 델타항공과 진행한 조인트벤처에서 항공업계는 찾고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14일 “대한항공이 좋은 실적을 거둔 가장 큰 요인은 항공운송 전 부분에 걸친 운항거리 대비 매출 강세”라며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한 높은 등급의 좌석 판매 증가가 운항거리 대비 매출의 고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효과에 따라 달러 기준 국제선 여객 운임이 지난해 3분기보다 10.3% 상승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고 파악했다.
조인트벤처는 항공사들의 일반적 협력 형태인 ‘항공동맹(얼라이언스)’이나 ‘코드셰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특정 지역의 노선을 한 회사처럼 공동 운영하는 수준의 협력 형태를 말한다.
조인트벤처는 효율적 노선 관리에 큰 도움을 준다. 항공동맹이나 코드셰어 등 방법으로는 반독점법에 걸려 시행하기 어려운 중복 스케줄 조정이 조인트벤처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인트벤처를 진행한 5월부터 9월까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모두 취항하고 있는 인천~시애틀, 인천~애틀란타 노선의 합산 여객량은 운항 스케쥴 효율화에 따라 2017년 같은 기간보다 14.5% 증가했다.
조인트벤처는 출·도착 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승 연결 시간을 줄여 환승 수요를 늘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가격이 낮은 항공권이 먼저 팔려나가는 항공업계의 특성상 항공 수요가 증가하면 평균 운임도 따라 증가해 자연스럽게 항공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벤처 효과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공동운항하고 있는 태평양 노선은 장거리 노선이다. 장거리노선은 대형기를 사용하는 만큼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승객이 많고 운임도 높은 편이라 수익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한 번 운항에 연료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유류비 증감에 민감하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나리타공항에 집중돼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환승 수요를 인천공항으로 가져오는 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델타항공이 아시아 거점 공항을 나리타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옮기면서 미국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델타항공의 항공편과 인천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의 항공편의 연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최근 저가·단거리 위주 여행에서 고품격·장거리 여행을 추구하는 ‘가치소비’ 성향이 확산되고 있다”며 “델타항공과 진행하는 조인트벤처는 대한항공의 장거리 노선 강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