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정상화 3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것을 두고 이른바 '유피아'가 정치권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유피아는 유치원과 마피아를 합친 말로 유치원 관련 단체들의 조직적 행동과 영향력이 강하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게 마피아 같다는 의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3일 CBS와 라디오 인터뷰에서 “로비는 분명 있었다”며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말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측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말하며 총연합회의 정치권을 향한 로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유치원 정상화 3법안의 발의를 주도했다. 이 법은 박용진 3법안으로도 불린다.
유치원 정상화 3법안은 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법에는 설립자와 원장의 겸직 제한, 교비회계의 교육 목적 외 부정 사용 금지, 회계기준 준수 의무 부여 및 회계 시스템 적용 등이 담겨있다.
총연합회는 이 법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총연합회는 유치원들과 유치원 교원들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단체다. 총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단체 소속 회원 유치원은 3800여 개이며 각 시군별로 지부가 조직돼 있다.
총연합회 관계자는 “이사장과 원장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취약한 유치원 사정을 이해 못한 것”이며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한다”고 말했다.
회계기준 준수와 회계 시스템 적용을 두고도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10월3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총연합회 비공개 토론회에는 사립 유치원 설립자와 원장 4천여 명이 집결하며 세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총연합회는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이용해 왜곡된 정보를 회원들끼리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정상화 3법안이 통과되면 유치원이 국가에 귀속된다거나 볼펜 한 자루도 바로 살 수 없게 되고 실시간 감사를 받게 된다는 소문이 유포됐다.
개별 유치원장이 지역사회에서 내는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곳에 오래 머물며 유치원을 운영했기 때문에 원장들 가운데 각종 동호회, 종교단체 등의 임원도 많다.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사례도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가운데 사립유치원 원장이나 설립자 출신이 14명, 민간 어린이집 원장 출신은 47명 이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에게 유치원 정상화 3법안은 득표에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21대 총선(2020년 4월)이 1년 앞으로 다가 온 시점에서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법안 처리에 미온적이 될 수밖에 없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한 칼럼에서 “총연합회는 2017년 9월에도 집단 휴원을 추진했다 철회한 적이 있다”며 “그 때도 정부와 국회는 사립 유치원 전수조사와 회계감사를 약속했으나 모든 게 갑자기 중단됐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지역구에서 득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은 슬그머니 묻혀버리기 십상”이라며 “동네 개발 공약이 아닌 전국적 정책 추진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비례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