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임원인사에서 부회장단의 ‘세대교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까?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연말 임원인사가 점차 다가오면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구성에 대폭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통상적으로 12월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급 이하 임원의 승진인사를 실시한다. 사장급 이상 임원의 인사는 그룹의 경영 상황이나 계열사별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이뤄지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부회장단의 교체 등이 언제 이뤄질지 가늠하기는 힘들다.
다만 2017년 12월 말 임원인사가 실시된 뒤 약 일주일 만에
이형근 전 기아자동차 부회장과
김해진 전 현대파워텍 부회장을 물러나게 하는 인사가 곧바로 뒤따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비슷한 흐름으로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 수석부회장으로서는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최근 시장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3분기 영업이익을 내는 등 그룹 전체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해 부회장단 교체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부회장단 교체는 ‘
정의선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주목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위기를 넘기 위해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의 시대와 단절이 무엇보다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한전 부지 매입 결정, 품질경영의 실패, 급성장하는 SUV시장 늑장 대응, 브랜드 전략 실패 등 현대차그룹의 당면한 어려움을 초래한 원인의 대부분이
정몽구 회장 시대에 잉태됐다.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은 과거의 평가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업계에서는 나온다.
이와 함께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기업'으로의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변화를 위해서도 현대차그룹의 최고 경영진인 부회장단의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있다.
친환경자동차, 인공지능, 자율주행, 차량공유 등 자동차산업의 미래와 관련된 화두를 들고 현대차그룹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경영진들의 전진 배치나 외부 수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현대차그룹의 부회장단 대다수가 세대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을 제외하면 현대차그룹은
윤여철 김용환
양웅철 권문식 현대차 부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모두 6명의 부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최소 4년에서 최장 10년 가까이 부회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를 위한 시동은 일단 건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9월에 다른 부회장단보다 한 단계 높은 직급의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사실상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해 그룹 쇄신을 추진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10월 말 전격 실시된 주요 보직의 임원인사도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내린 결정으로 전해진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 등 부품 계열사의 지분 정리 등을 진행하며 지배구조 개편에도 시동을 걸고 있는데 다가올 임원인사에서 부회장단의 대대적 변화를 통해 ‘
정의선 색깔’을 확실하게 그룹에 입힐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물론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정 수석부회장이 아버지 시대의 인물을 한꺼번에 물갈이하기보다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의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용환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어 정 수석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책임지는 시나리오도 현대차 주변에서는 나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말 임원인사 등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