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10월30일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채 김장을 담갔다.
이보다 보름가량 앞선 때에는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열린 2018 슈퍼블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5km를 뛰기도 했다.
황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에도 여전히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황 부회장의 경영보폭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부재한 동안 황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진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이 올해 2월 수감된 뒤 안으로는 그룹 내부를 단속하는 한편 밖으로는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바삐 뛰었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린 뒤 위원장을 맡아 임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막는 데 집중했다.
황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 사업부문별로 닷새 동안 열린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 모두 참석해 계열사 대표로부터 실적 등 현안을 직접 보고받고 신 회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올해 3월에는 베트남 총리를 만났고 6월에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 회장의 서신을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9월에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협력과 지원방안을 놓고 논의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지 행정수반의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황 부회장이 이들과 신뢰관계를 다지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황 부회장은 대한적십자사와 손잡고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롯데그룹의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데도 앞장서며 그룹에 드리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황 부회장이 신 회장을 대신해 롯데그룹의 ‘얼굴’로서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벌인 셈이다.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지만 황 부회장의 이런 역할은 앞으로도 더욱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그룹을 향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데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신 회장이 직접 대외적으로 나서기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건설, 마트, 백화점, 슈퍼 등 롯데그룹의 거의 모든 사업영역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며 “(롯데그룹의 갑질 내용은) 대기업의 갑질 유형이 총망라된 갑질 종합 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정의당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갑횡포와 관련해 올해 5월 롯데갑질피해신고센터를 열어 제보를 받았고 올해 10월에는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불러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롯데피해자연합회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는데 대기업으로부터 갑횡포를 당했다며 직접 연합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신 회장은 10월5일 2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으로 풀려났지만 재판은 대법원에 넘어가 있다.
신 회장이 공식적 행보를 활발히 펼치기에는 여론의 시선이 의식될 수 있는 만큼 황 부회장이 당분간 롯데그룹의 얼굴로서 역할을 더 이어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상황이 대법원 판결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완전히 재판이 끝난 것은 아닌 만큼 공식석상에서 활동하기는 여론의 시선이 따가울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데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황 부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황 부회장은 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 회장의 복심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며 “황 부회장이 부사장 시절부터 롯데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 등 사안은 챙겨왔던 만큼 앞으로도 이런 역할이 강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석유화학과 유통부문 등에 모두 50조 원을 투자하고 최대 7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롯데그룹은 이런 맥락에서 현재 10여 건의 인수합병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황 부회장은 인수합병부문에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 롯데그룹은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서둘러 처분해야 하고 호텔롯데 상장 등도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황 부회장이 신 회장의 곁에서 롯데그룹 경영의 밑그림을 그려왔던 만큼 이런 작업을 완수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7월 열린 공판에서 “이인원 전 부회장은 내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던 사람이고 황 부회장은 업무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신 회장이 황 부회장과 함께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산적해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