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S 등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의 연말인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최근 스마트폰 부진 탈출을 위한 전략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사업 또는 계열사의 부품사업을 맡은 경영진의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전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의 연말 임원인사가 이르면 다음주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스마트폰 수요 침체로 올해 부진한 실적을 보인 삼성전자 IM부문의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의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량 감소에 대응해 갤럭시A 시리즈 등 성능과 기능을 대폭 높인 중저가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내년에는 폴더블(접는) 스마트폰과 5G 스마트폰 등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는 만큼 사업전략을 다시 짜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 사장은 2015년부터 무선사업부장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을 총괄하다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IM부문장에 오른 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삼성전자가 2016년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겪었지만 고 사장은 사태를 빠르게 수습해 실적과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크게 줄고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점유율을 거의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고 사장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고동진체제에서 무선개발실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조직으로 분리한 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다시 통합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올해 6월에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근무하던 박길재 부사장을 본사 글로벌 하드웨어개발팀장으로 임명하는 등 소폭의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도 실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중국 출장길에서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판매점을 둘러본 뒤 스마트폰사업에 강력한 변화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발부서 특성상 연중 보직인사가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스마트폰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IM부문장이 새로 선임되거나 현재 고 사장이 겸임하는 무선사업부장에 새 인물을 임명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인사와 관련해 언급하기 이른 시점"이라며 "고 사장이 IM부문장과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역할 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도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으로 타격받은 전자 계열사도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일부 경영진이 교체될 수 있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 오른
이동훈 사장은 올해 LCD업황 악화에 겹쳐 중소형 올레드사업마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올린 만큼 교체 대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또 삼성전기는 올해 카메라모듈과 기판 등 스마트폰 부품사업에서, 삼성SDI는 소형 배터리사업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에 타격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중소형 올레드패널 출하량도 올해 예상치를 밑돌았고 삼성SDS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물량이 줄어 물류사업에서 부진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 (왼쪽부터)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
하지만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삼성SDI는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 삼성SDS는 기업용 솔루션사업으로 자체 성장동력을 빠르게 키워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대표이사 교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까지 정기인사에서 60대 이상의 경영진이 모두 퇴진하는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실시한 만큼 올해 인사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대표이사 교체는 최소한에 그치더라도 최근 글로벌 IT업황 악화로 전자산업에 위기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전자 계열사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대규모 인사 이동과 조직개편이 실시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부사장 승진폭을 확대해 향후 CEO에 오를 수 있는 후보군을 대폭 늘렸다"고 밝힌 만큼 올해 사장급 미만의 임원 승진자 수도 대폭 늘어날 공산이 크다.
현재 삼성 전자 계열사의 인사는 소규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에서 주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