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서는 이유는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세계 `빅3' 반도체 회사로 키운 뒤 이동수단을 뜻하는 '모빌리티사업'에서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새 길을 찾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택시호출사업과 차량공유사업에 이어 전기차 충전소 구축사업까지 빠른 속도로 모빌리티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 회장이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 앞으로 SK그룹을 책임질 사업이 무엇이냐는 하는 점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의 SK하이닉스 의존도는 매우 높다. SK하이닉스가 SK그룹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83%(3분기 누적 기준)에 이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은 미래 이동수단을 '제2의 하이닉스'로 키우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모빌리티분야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를, SK텔레콤은 기존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정밀지도와 자율주행기술을,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SK그룹의 새 모빌리티사업과 연계해 내놓을 수 있다.
SK그룹이 미래형 모빌리티사업에 3년 동안 약 5조 원을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각 계열사들은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움직임은 SK텔레콤의 택시호출사업이다.
SK텔레콤은 3년 전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과 연동해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카카오T’에 완패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쌓아둔 인공지능(AI)과 교통 빅데이터를 활용해 '티맵택시'를 개편해 택시호출 서비스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SK텔레콤은 차량의 순방향, 역방향, 유턴 여부까지 고려해 실제 이동거리가 가장 가까운 차량을 우선적으로 지정해주는 서비스를 비롯해 승객 위치를 지인이 확인할 수 있는 ‘안심 귀가’ 서비스까지, 기존 택시호출 서비스에 세심함을 더했다.
차량공유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쏘카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 최대 규모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외에는 직접적으로 차량공유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굴지의 차량공유업체들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사업 기회를 살피고 있다.
SK그룹은 2015년 국내 카셰어링업체 ‘쏘카’와 2017년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회사 ‘투로’에 이어 올해 3월에는 동남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투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세계 대형 차량공유회사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다”며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만큼 향후 사업에 뛰어들 토대를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최근 인수한 AJ렌터카가 SK그룹 차량공유 서비스의 선발주자가 될 것으로 바라본다.
AJ렌터카는 차량공유 브랜드 ‘빌리카’를 내놓고 차량공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던 참이었다. AJ렌터카 인수 결정에 빌리카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SK네트웍스는 전기차 전용 충전소도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SK네트웍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직영 주유소에 현대자동차와 함께 전기차 전용 ‘모빌리티 라이프 스타일 충전소’를 세우기로 했다.
SK네트웍스의 전기차 전용 충전소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사업과도 상생구조에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보다 충전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는데 SK네트웍스는 70㎾급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를 약 20분 만에 80% 이상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SK그룹 관계자는 “모빌리티분야가 차세대 유망사업인 만큼 앞으로 추가할 사업들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