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2018년 11월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삼성전자 개발자회의에서 인공지능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의 경쟁력을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제를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 탑재되기 시작한 빅스비의 성능은 음성명령 또는 사물인식을 통해 사용자가 손으로 할 수 있는 검색 등 작업을 대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다른 IT기업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데다 지원하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적고 음성인식의 정확도가 낮다는 단점도 지적받는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S8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빅스비 출시를 알리며 "아직 걸음마 단계의 기술이기 때문에 발전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 사장은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전자 개발자회의를 열고 빅스비 플랫폼을 외부 개발자에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밝히며 큰 변화를 예고했다.
빅스비가 처음 소비자들에 공개된 지 약 1년 반 만에 걸음마를 완전히 떼고 본격적으로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고 선언한 셈이다.
고 사장은 "오늘 개발자회의는 삼성전자 지능형 소프트웨어의 새 시대를 알리는 자리"라며 "소비자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기능과 사용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외부업체가 빅스비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할 수 있도록 빅스비 개발자도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빅스비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가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음악과 오디오북 등 콘텐츠, 음성명령으로 차량을 호출하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등의 서비스가 출시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무어인사이츠는 전자전문매체 씨넷을 통해 "빅스비는 삼성전자 제품에서 쓸 수 있는 하나의 기능에 불과했지만 이제 진정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단계"라며 "다양한 서비스 출시는 이런 목표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고 사장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외부업체가 빅스비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를 소비자들에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빅스비 마켓플레이스'의 출시 계획도 내놓았다.
구글과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빠르게 개발자 기반을 확보한 것과 같이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 판매창구를 직접 운영해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무어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연간 5억 대에 이르는 소비자용 전자기기를 판매하고 있는 점이 개발자들을 빅스비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새로 출시하는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에 대부분 빅스비 지원 기능을 탑재해 내놓고 있는 만큼 빅스비 기반 서비스의 잠재적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세계 개발자와 협력사의 힘을 합쳐 빅스비 인공지능 플랫폼의 발전을 주도하겠다"며 "플랫폼 영역을 확장하며 사용자들에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려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완전한 개방형 플랫폼으로 키워내기 위해 다른 전자제품 제조사도 자유롭게 빅스비 플랫폼을 활용한 기기를 개발하고 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자체 서비스와 콘텐츠, 인공지능 스피커 등 기기 판매를 인공지능 플랫폼 확대의 주요 목표로 삼은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전자전문매체 더버지는 "빅스비는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와 비교해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빠른 발전을 보이고 있다"며 "이미 애플의 성장 속도를 넘어섰고 선두주자인 아마존과 격차를 좁힐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