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5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협업하거나 외부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래차시장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정 수석부회장의 고심이 묻어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독점과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 추진, 다른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해소 움직임 등에도 정 수석부회장은 선뜻 시장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꺼내놓지 못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하며 현대차그룹의 ‘
정의선 시대’를 연 데 이어 새 시대에 걸맞은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부터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이 연말 임원인사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하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계는 현재 멈춰 있다. 3월에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개편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거센 반발을 넘지 못해 5월 말에 개편안을 거둬들인 뒤 반년 가까이 무소식이다.
현재 외국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여러 의결권 자문사, 국내 법무법인 등과 꾸준히 접촉하며 시장을 설득할 만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짜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최근에 결정된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의 합병 정도가 전부다.
정 수석부회장체제가 공식화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더 이상 지배구조 개편에 뜸을 들일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시장 상황이 매우 나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시장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영업이익을 내 시장에 충격을 줬으며 이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등 부품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
정의선 시대’에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전진하기 위한 동력을 지니려면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과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사옥. <연합뉴스>
현대모비스와 현대다이모스, 현대파워텍, 현대오트론 등 현대차그룹에 산재된 부품 계열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지속가능한 지배구조를 짜야만 미래차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강조한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 변화’를 위해서도 지배구조 개편이 다급해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 소집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정 수석부회장이 11월 말경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연말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지배구조 개편이 ‘세대교체’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통상적으로 12월 말에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는 이때 이뤄지지 않는 편이지만 2017년도 인사를 살펴보면 정기 임원인사가 실시된 지 약 일주일 만에 부회장단과 계열사 사장단에 변화가 있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9월에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점과 지난해 인사를 살펴볼 때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
정의선 시대’를 함께할 리더 발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지배구조 개편을 먼저 진행한 뒤 인사를 실시하는 것이 정 수석부회장으로서도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