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키움 히어로즈’로 프로야구 마케팅을 한 단계 더 높이려고 한다.
키움증권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신규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마케팅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2일 열리는 2018년 한국프로야구(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은 넥센 히어로즈가 넥센이라는 이름을 달고 마지막으로 치르는 경기가 될 수 있다.
키움증권이 넥센 히어로즈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히어로즈의 이름은 키움 히어로즈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익래 회장은 오래 전부터 프로야구 마케팅을 진행해 왔는데 키움 브랜드를 내건 야구단이 탄생한다면 프로야구를 통한 마케팅의 정점을 찍게 된다.
이와 관련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메인스폰서 계약은 아직 검토 중으로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단계”라면서 “메인스폰서 계약은 그룹 차원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먼저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메인스폰서 계약금액은 적어도 70억~80억 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반적 마케팅비용을 훌쩍 뛰어넘는다.
키움증권은 2015~2017년 3년 동안 연평균 66억 원의 광고선전비를 사용했다. 이를 2배 이상 늘리는 결정은 그룹 오너인 김 회장의 의지가 수반되지 않으면 나오기 어렵다.
게다가 키움증권은 대표이사가 올해 바뀌어 얼마 되지 않았다. 선뜻 큰 결정을 내리기에 부담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키움증권 회사 차원에서 먼저 움직였다 해도 김 회장의 뜻이 어떤 형태든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회장은 키움증권 등기임원이자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키움증권을 통해 벌써 10여 년을 프로야구 마케팅을 하고 있다. 지금은 어느 야구장이든 증권사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2006년 야구장 펜스 광고를 처음 시작한 곳이 바로 키움증권이다.
야구단과 손잡고 각종 프로모션과 유소년 야구도 지원했다. 또 비록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2008년에는 야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를 맡는 방안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만큼 야구 마케팅에 의지가 강했다.
김 회장과 프로야구의 인연은 키움증권보다도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이 설립한 다우기술은 국내 최초의 체육분야 CD 타이틀로 한국프로야구 CD를 발매했다.
다우기술이 1994년 스포츠서울과 함께 출시한 CD에는 한국프로야구연감의 모든 자료와 현역·은퇴선수, 감독·코치, 심판 정보, 각종 사진과 영상 등이 빼곡하게 담겼다.
김 회장은 한국IBM을 거쳐 1981년 국내 1호 벤처회사 큐닉스 설립에 참여한 벤처1세대다. 1986년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로 하는 다우기술을 설립했고 2000년 온라인 전문 증권사 키움닷컴증권(현 키움증권)을 출범하며 금융업으로 발을 넓혔다.
김 회장은 키움증권을 설립한 뒤 “인터넷 비즈니스가 제대로 수익을 내려면 무엇보다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신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프로야구 메인스폰서 자격을 얻으면 양쪽에서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키움증권은 2015년에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지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밀려 고배를 마셨는데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로 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능성이 커졌다.
프로야구 마케팅은 경영권 승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회장의 외아들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올해 초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오너 2세 경영을 시작했다.
넥센 히어로즈가 몇 년간 좋은 성적을 내며 강팀으로 각인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젊은 오너 2세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프로야구를 통해 쌓은 기업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