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거둘 실적을 놓고 증권가에서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 등 주력 상품의 업황이 모두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기술력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며 연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실적 하락세를 만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일 "삼성전자 실적은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만의 방어 능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영업이익 17조6천억 원을 내며 사상 최고실적을 봤다. 올해 연간으로도 64조3천억 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실적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 삼성전자가 큰 폭의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갈수록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가전, 메모리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업황이 모두 정체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최근 약 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공세로 삼성전자가 수요 확보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평균가격도 IT업황의 전반적 침체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부 변수가 업황 부진의 주요 원인인 만큼 삼성전자가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시장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여러 장 쥐고 있다"며 "내년 실적 감소폭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전에도 업황 변동이나 경기 침체로 실적 흐름이 불안해질 때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여러 차례 증명했다.
2016년 상반기에 메모리반도체업황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64단 3D낸드의 생산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생산원가를 낮춰 반도체 수익성을 방어했다.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CE부문 영업이익이 2014년 급감한 뒤에는 LCD 밝기를 높이는 새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 TV 'SUHD TV' 라인업을 새로 선보여 이듬해부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업황 악화와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실적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내년에 출격을 앞둔 다수의 신제품을 '새 무기'로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해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5G 스마트폰과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10월31일 컨퍼런스콜에서 "5G와 접는 스마트폰은 정체된 스마트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제품"이라며 "기술 혁신을 주도해 실적 반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는 노무라증권 분석을 인용해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이후 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 하드웨어 발전에 소극적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명성을 되찾을 때"라고 보도했다.
가전사업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세계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한 8K급 고화질 QLED TV와 내년 가정용으로 처음 상용화가 예정된 마이크로 LED TV가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고화질 TV시장을 8K QLEDTV로, 대형 TV 수요를 마이크로LED로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지속해 TV사업의 수익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8K TV와 마이크로 LED TV 모두 경쟁사들이 아직 상용화에 고전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만큼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TV는 하반기부터 양산해 상업용으로 공급을 시작했다"며 "내년 상반기에 가정용 제품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현석 CE부문 대표이사 사장. |
반도체사업에서는 내년부터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EUV(극자외선) 신공정을 활용한 7나노 반도체 위탁생산과 120단 이상의 차세대 3D낸드 양산이 계획돼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실적 감소에 대응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의 매출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메모리반도체 원가를 더욱 낮춰 수익성 하락을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언론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를 앞둔 신제품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실적 회복을 이끄는 데 성공한다면 이런 역량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5G와 접는 스마트폰, QLED와 마이크로 LED TV 등 신기술을 앞세워 수익성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충분히 60조 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